<닌텐도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의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포켓몬GO를 강원도 속초에서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전국 포켓몬 친구들의 가슴을 뛰게 했는데요. 헤럴드의 지식미디어 HOOC팀은 특별취재팀을 꾸려 이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포켓몬을 만나는 과정과 모험을 현장감있게 전하겠습니다.>
[HOOC=속초 특별 취재팀] 1. 덕질도 능력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덕후(일본어 ‘오타쿠(お宅)’ 단어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조어)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덕후들이 쓸데없는 일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 덕질을 하려면 간단한 영어나 일본어를 구사하고 원하는 정보를 구글링하는 법을 필사적으로 체득해야 한다.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잠을 포기하고 새벽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는 능력치도 필수.
기자는 이틀간 속초에서 포켓몬GO 게임을 했다. 포켓몬GO를 제대로 알아야 증강현실(AR) 기술이 어떤 콘텐츠와 만날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분석할 수 있으니까.(라고 쓰고 취재를 빙자한 속초행이라고 읽는다) 아무튼 포켓몬GO를 하면서 교회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속초 지리를 빠삭하게 익혔고,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미국인 포켓몬 헌터와도 지금까지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며 지내고 있으며, 포켓몬의 영어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됐다. 지난밤에는 피카츄가 라이츄로 진화하는 꿈도 꿨다. 열정이 있어야 덕질이 가능하다.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지우와 피카츄가 접선하는 모습 포착. 이 정도면 그들은 상덕후다.
2. 포켓몬GO를 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땡볕에서 ①속초 고속버스터미널 ②속초 엑스포공원 ③속초 해수욕장 ④속초시청 ⑤중앙시장을 거닐었다. 낮과 밤, 새벽 불문.
그리고 이곳에서 20여 명의 포켓몬 헌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헌터들 나이가 28세부터 32세 사이였다. (포켓몬GO를 하는 10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속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고, 이날 게임을 하러 타지에서 속초까지 온 사람들의 나이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아무튼 포켓몬GO 영향력이 바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난 그게 이 세대가 ‘노스텔지어’라는 걸 처음 느낄만한 나이라서라고 본다.
아무튼 서두가 길었다. 이 이야기는 다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이제부터는 게임 후기를 비교적 꼼꼼하게 담겠다.
게임하다 기사 20매 쓰는 거 솔직히 쉽지 않네요.
3. 일단 속초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미국 앱스토어 계정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 포켓몬GO를 다운로드 했다. 해외 계정을 만들어 우회로 앱을 다운로드한 이유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해당 게임이 아직 국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포켓몬코리아 측에 직접 연락을 해봤는데 “국내 정식 서비스 여부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일단 알겠다.
포켓몬GO는 핸드 모션으로 구동된다. 드래그로 공을 던지기만 하면 되니까 어떻게 보면 진짜 쉬운 게임이다. 포켓몬이 볼을 튕겨내기도 하고, 볼을 피해 옆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볼에 잡혔는데도 뚜껑을 열고 날아가버리기도 하는데 이 정도 잔재주는 애교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현란하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손목스냅 기술 따윈 포켓몬GO에선 사치니까.
그냥 열심히 진짜로 걷고 정직하게 볼 던지면 된다. 참고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 게임상에선 캐릭터가 워프하듯이 움직인다. 이때는 게임상에서 내 캐릭터가 걷는 걸로 기록되지 않으니까, 그냥 두 다리로 성실하게 걷자.
오늘도 지우는 걷고, 걷고, 걷고...(무한반복)
4. 각 지역의 성격에 맞게 포켓몬이 나오는 건 분명하다고 장담한다. 포켓몬코리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는 건 안 비밀. 속초 해수욕장에 가니까 고라파덕, 잉어킹, 크랩, 발챙이가 나왔고(4초 만에 해변에서 잉어킹을 4마리나 건져올림) 반면 속초 엑스포공원 잔디밭에서는 이브이를 비롯해 풀 포켓몬인 뚜벅초와 모다피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한계터널을 통과할 때는 박쥐 포켓몬인 쥬벳이 나왔고, 산등성이 사이로 국도를 달릴 때는 피죤과 캐터피가 나왔다. 속초 중앙시장에서는 인간형태 포켓몬인 루주라(Jynx)가 15분 사이에 4마리나 나왔다. 속초시청에선 전기/강철 자석 포켓몬인 코일과 또가스가 나오고, 포켓몬 헌터들은 밥값을 10% 할인해주는 바닷가 앞 횟집에선 해마 포켓몬인 쏘드라가 나왔다. 이마트 속초점 주차장에서는 희귀몬인 냐옹이가 등장했다.
속초 해수욕장에서 건져 올린(?) 고라파덕과 잉어킹
물론 길바닥에서 잉어킹이 나오고 해수욕장에서 가디가 나오기도 했기에 포켓몬이 감탄하리만큼 정교하게 특정 장소에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장소의 성격과 연결이 돼 포켓몬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사실이다.
5. 낮과 밤에 나오는 포켓몬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텐데 밤에 ‘포켓몬 스팟’으로 꼽히는 엑스포공원에서 잡은 건 미뇽, 쥬벳, 발챙이, 슬리피였다. 미뇽이 나온 건 이때가 처음이었으니까(다른 포켓몬은 낮에도 만날 수 있었다) 밤에 가끔은 희귀몬이 나온다고 분석할 수도 있겠다만. 새벽에 만난 다른 포켓몬 헌터들과 정보를 공유한 결과, 포켓몬 종류에 있어 그다지 낮과 밤의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
참고로 이 일대 새벽시간에는 포켓몬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하도 포켓몬이 나오질 않아서 포켓몬을 불러들이는 아이템 향료(incense)를 두 번 쓰고 숙소에 들어와 잤다. (향료 지속시간은 개당 30분이다. 낮에 돌아다니면서 속초 건물에서 향료 아이템 4개를 얻을 수 있었다. 게임 첫날부터 아이템 현질을 하고 싶진 않았다)
좀비 아님. 속초 엑스포광장을 거니는 우리는 용감한 포켓몬 헌터들.
6. 자, 이제부터가 핵심이다. 포켓몬 능력치인 CP(Command Points) 올리기. CP가 높아야 다른 포켓몬 헌터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CP를 올리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진화를 하거나 파워 업하거나. 이걸 하기 위해선 사탕이 필요하다. 사탕은 윌로우 교수한테 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피카츄를 5마리를 잡았다 치자. 4마리의 피카츄를 윌로우 박사에게 건네주면 피카츄 사탕을 받게 되는데, 이 사탕으로 가지고 남은 한 마리의 피카츄를 진화시키거나 파워를 업할 수 있다.
진화하는 데는 50개 내지 100개 정도의 사탕이 필요하고, 파워 업하는 데는 1개의 사탕과 함께 400~1000 정도의 ‘Stardust(라고 쓰고 마력이라고 읽는데, 이렇게 게임을 하면서 영어단어를 외울 수 있다)’가 필요하다. 한 번 테스트 삼아 한 포켓몬은 파워 업하고 진화를 했고, 다른 포켓몬은 순서를 바꿔 진화를 하고 파워 업을 했는데 후자 포켓몬의 CP가 전자 포켓몬 보다 80 정도 높았다. 그러니까 진화부터 먼저 하고 파워 업 하는 게 CP를 더 빨리 올리는 방법.
슬리피는 진화중 두구두구두구 짠!
7. 참고로 속초 해수욕장에서 CP300인 포켓몬 두 마리 잡았다는 건 팁이다. CP가 10~100대인 포켓몬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CP300 정도면 상대적으로 기본 능력치가 높은 편이다. 트레이너(본캐)의 레벨이 낮으면 CP가 높은 포켓몬을 잡기 어려우니까 일단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포켓몬을 많이 잡고 윌로우 박사한테 포켓몬들을 넘겨서 사탕부터 챙기자. 아무튼 반나절 정도 게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체육관 관장이 돼야겠다는 야무진 꿈이 생긴다.
그냥, 그렇다고요..
8. 엑스포공원에 있는 엑스포타워나 속초 버스터미널 등 주요 건물들이 게임상에선 체육관이다. 체육관이 뭐하는 곳이냐 하면, 다른 포켓몬 헌터들과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포켓몬 헌터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본캐가 최소 레벨5는 돼야 하니까 발품만이 정답이다) 13일 오전 체육관을 차지한 트레이너(관장)의 포켓몬의 CP는 600~650 정도다. 하루 밤 꼴딱 새면서 게임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만한 수치. 구글링해보니 포켓몬GO가 정식 서비스되는 호주에는 관장이 되려면 최소 CP1500을 넘겨야 한다고 한다.
9. 게임을 즐기는 잔재미 하나 더 추가. 속초를 거닐면서 인근 건물에서 알을 획득할 수 있다. 알을 인큐베이터에 넣고 부화시키면 희귀한 포켓몬을 얻을 수 있는데, 중앙시장 근처를 거닐면서 알을 무려 3개나 획득했다.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은 하나다. 반복해서 하는 말인데, 그냥 열심히 걷자. 알을 획득하고 부화시키기까지 걸어야 하는 거리는 2~10㎞ 사이로 알마다 다른데, 현재 속초에는 알을 부화시켜주기 위해 대신 걸어주는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10. ‘포켓몬 성지’로 꼽히는 엑스포광장, 바로 그곳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나를 속초까지 오게 해 밥 사 먹고 잠까지 자게 만들었으니 속초 뜻밖의 지역활성화 인정. 여러 시도청이 ‘우리 동네에서 포켓몬GO 된다’고 경쟁적으로 페이스북 홍보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시도청 입장에선 포켓몬GO는 로또 인정.
아무튼 새벽 1시가 됐는데도 창문 너머 보이는 광장에는 포켓몬 헌터들이 열 댓 명 보였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헌터는 헌터를 알아본다고 200m 먼 발치에서도 한 번에 포켓몬 헌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필자는 잠을 잊은 포켓몬 헌터들의 열정에 무릎을 쳤다. 이어 그들에게 알 수 없는 동료애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시간 속초의 포켓몬 헌터 모두가 알고 있었다. 속초는 우리의 꿈을 이뤄줬고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됐다고.
포켓몬GO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에서부터 심층적인 분석기사까지 꾸준히 담으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포켓몬에 대한 진실과 거짓 Q&A 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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