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최근 5년간 평균일수 집계 오후 6시이후 기온 25℃이하 안떨어져 열섬현상 여파 지방보다 도심이 더 심해 서울 2100년엔 年70일이상 악화 예상
[헤럴드경제]밤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낮부터 이어진 폭염이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 현상은 점차 길어지고 있다. 덩달아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74년 이후 1년 중 열대야가 발생한 일수는 점점 증가세다. 2100년에는 1년 중 70일 이상 열대야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열대야는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을 측정, 최저기온이 25℃ 이상으로 유지되는 때를 말한다. 기온이 야간에도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에는 신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람이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기준으로 열대야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1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열대야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74년에는 1년에 1.3일꼴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후 열대야 일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 1994년 전국 평균 17.7일을 기록해 최고치를 찍었고, 지난 2013년에도 15.9일을 기록해 최근 5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연도로 보면, 1974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5.4일을 기록했다. 1년 중 5.4일 꼴로 열대야를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열대야 일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 최근 5년 여름철 평균 열대야 일수를 살펴보면 8.14일로 전체 평균보다 약 3일 더 많다. 전체적으로 열대야 일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 도시의 열대야 일수를 살펴보면 증가 폭이 더 크다. 1974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8.35일이다. 그러나 최근 5년새 평균 열대야 일수를 살펴보면 13일에 이른다. 4.65일 가량 증가한 수치다.
주요 광역시를 살펴보면 같은 최근 5년동안 인천은 10.8일, 대구는 20일, 부산 19일, 울산 16일, 광주 16.6일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8.14일보다 2배가 넘는 열대야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열대야가 길게 나타나는 이유로 열섬 현상을 꼽는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이 낮 동안 지상에 쌓인 열을 그대로 가둬 밤까지 기온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에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같은 인공열도 열대야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며 “도심의 경우 밤까지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지방보다 열대야 일수가 길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열섬현상과 함께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은 기온 상승도 열대야 증가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름이 되면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이때 북태평양 고기압이 대기 중의 수분이 열기를 붙잡아 한밤중에도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수온이 오르는 것도 열대야 원인 중 하나다. 수온이 높아지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최난월인 8월의 평균 기온은 26.42℃로, 전체 평균(1974년~2015년)인 25.62℃에 비해 0.79℃ 높아졌다. 전체 기온이 높아지면서 낮 최고 기온이 33℃ 이상일 때를 의미하는 폭염 일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폭염과 함께 낮에 쌓인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섬현상이 겹쳐지며 열대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의 연평균 폭염 일수는 11.7일로 역시 전체 평균(9.9일)보다 1.8일 증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과 열대야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같은 패턴으로 증가 중”이라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최근 5년 동안 폭염 일수와 열대야가 같은 비중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점점 심해지는 열대야 현상은 올해도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에는 이미 지난 5일부터 제주도와 광주를 시작으로 열대야가 평년보다 2주 가까이 가량 빨리 시작됐다. 지난해 제주도와 광주의 첫 열대야가 각각 7월22일과 24일에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19일 빨리 열대야가 찾아온 셈이다.
열대야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면서 2100년에는 두 달 넘게 열대야가 지속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72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까지 서울의 열대야 평균(8.2일)과 비교하면 9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현재 열대야 현상이 가장 적게 나타나는 강원도를 보더라도 2100년에는 1년 중 21.4일 정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은 2100년에는 대부분 광역시에서 1년 중 두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할 것으로 발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확한 예측은 될 수 없겠지만, 현재 추세대로 지구 온난화와 등 기후 변화가 이어진다면 열대야가 일상이 될 수도 있다”며 “기온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대비책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