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매주 구매 김모씨

“로또를 구매한 뒤 ‘당첨되면 뭘 할까’라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합니다. 이렇게 일주일을 버티죠.”

2003년 6월께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던 당시 스물넷 청년 김현우(가명ㆍ33) 씨는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었기 때문.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우연히 로또방을 봤다. 김 씨는 자신도 모르게 로또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로또 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는 로또를 책상에 올려놓고 추첨일인 토요일 저녁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친구들에게 로또를 샀다고 말하며 ‘당첨되면 사고 싶은 것을 다 사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로또를 첫 경험한 김 씨는 한 달에 두어 번 로또방에 갔다.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금전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로또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2006년 취직을 했다. 서울 강남의 모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보컬트레이닝과 작곡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7년간 그는 매주 로또 2만~3만원어치를 구매했다. 한 달에 10만원을 로또에 투자하는 셈이다.

“음악하는 사람은 생활이 불규칙해요. 10만원이면 하루 술값 정도인데 로또를 산 뒤 얻는 즐거움에 비하면 비싼 게 아니죠.”

그는 로또가 자신의 인생에서 안정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만큼 그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로또를 사면 이런 불안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갈 돈은 많고 목돈을 들여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죠. 결혼하려면 집과 차가 있어야 하는데 저 혼자 힘으로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로또를 사요. ‘이번에는 당첨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나죠.”

20대 초반의 김 씨는 로또에 당첨되면 놀고 먹는 데 모든 돈을 다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초창기 로또 당첨금이 수십억원을 넘어 허황된 꿈을 꾸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만의 사무실을 갖겠다’ 등 현실적인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로또는 주로 동네에서 구매하지만 가끔 로또 명당에 가기도 한다. “일부러 로또 1등이 많이 나온 명당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1등 몇 번 당첨된 집’이라고 적혀 있는 곳은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들르는 편이에요.”

아직 큰 당첨금을 받은 적은 없다. 당첨금 7만원인 4등이 딱 한 번, 5000원인 5등은 2~3주에 한 번씩 나온다.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로또를 계속 구매할 거예요. 로또는 매주 저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죠.”

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