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우유배달 수익이 전부…부모는 어릴 적 집 나가

-학교에서도 가정환경 등 파악 전혀 하지 못해

-지난 8월 소년원 출소 후에도 크고 작은 절도…경찰 “범행 심각성 잘 몰라”

[헤럴드경제=박수진ㆍ정태란 기자]30일 오전 7시께, 키 145㎝, 몸무게 37㎏의 작은 체구를 가진 A(15)군이 서울 은평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검찰청으로 향하는 호송 차량에 몸을 실었다. A 군은 지난 15일 새벽 서울 시내버스 공영차고지에서 저상버스를 훔쳐 서울 수색동에서 경기도 고양시까지 18㎞나 운행한 혐의(특수절도 및 도로교통법위반)로 구속됐다.

A 군은 지난 며칠 동안 유치장에서 수감생활을 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일한 가족인 70대 외할머니도 밤 늦게 출근해 새벽 내내 우유 배달을 하고 낮에 잠을 자야해 A 군을 자주 찾지 못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부모의 이혼 후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으로 밤낮없이 일을 하는 할머니는 A 군을 돌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창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였지만 A 군은 홀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내버스 탈취 범행 전에도 A 군은 인터넷 버스 운전 게임에 심취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출도 잦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거리를 배회했다. 용돈이 떨어지면 집 주변 상점 등을 상대로 음식을 시켜먹은 후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도망쳤고, 심야상점이나 고물상, 빈 집 등을 다니며 현금을 훔치기도 했다. 점점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지만 누구하나 A 군을 잡아주지 못했다. 경찰은 “죄 의식 없이 즉흥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중에도 갑자기 ‘할머니한테 피자 시켜달라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학교도 A 군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소년원 수감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복학했지만 무단 결석이 잦은 탓에 A 군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못했다. 학생부 주임 교사는 “8월16일 복학한 뒤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결손 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 진학을 위해 20일의 출석 일수라도 채우라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A 군의 범행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사회적 돌봄 기능을 통해 지속적으로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부모의 사랑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계속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아이를 비난하는 의견이 많던데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 선임연구위원은 “부적응 청소년 등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원인에는 가족 환경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정부가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정서적인 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단기적인 자원봉사가 아닌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필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