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원 자산규모의 보험회사 CEO 마리아노는 매일 아침 120억원짜리 저택에서 눈을 떠, 내왕한 주치의로부터 100만원짜리 진료를 받고, 가끔 야구장을 찾아 연간 1억 5000만원짜리 스카이 박스(특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1년에 한 두번은 165억원짜리 자가용 요트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12살 배기 소년 크리스토퍼는 최대의 휴양지 플로리다의 한 원룸 모텔에서 부모,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토마토 케첩 몇 방울 떨어뜨린 삶은 국수 몇 가닥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그 마저도 없어 굶기 일쑤다. 학교를 가지 않아 점심 급식을 못받는 주말에는 자선 단체에서 나눠주는 인스턴트 음식 ‘패키지’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모텔 옆 객실, 6~7명의 가족들과 한방에서 생활하는 친구도 금요일마다 모텔 앞을 찾는 자선센터 차량에 줄을 선다.
지구 최고의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미국에서는 5명의 아이 중 1명이 굶고, 상위 1%가 전체 부의 43%를 소유하고 있다. 무엇이 세계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18일 밤 방영된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 1부 ‘프롤로그-최후의 경고’에 등장하는 내용의 일부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부의 양극화로 요약되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파헤친 작품으로 2부 ‘슬픈 제국의 추장’(25일), 3부 ‘돈과 꽃’(12월 2일), 4부 ‘공존, 생존을 위한 선택’(12월 9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지구적인 경제 위기 가운데 대선을 맞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모색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잇따라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는 EBS에서 다큐프라임 5부작 ‘자본주의’를 방영했다. 이 다큐 시리즈가 ‘빚’으로부터 시작해 소비심리, 금융상식, 경제이론, 복지논쟁까지 아우르는 ‘쉽게 푸는 경제학개론’의 형식을 띠었다면 SBS의 ‘최후의 제국’ 시리즈는 삶의 양극화를 가져온 자본주의에 대한 ‘감성적 접근’을 시도했다. 제작진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선 국가들과 함께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작은 섬 아누타를 찾아 원시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향유하며 사는 이들의 삶을 보여줬다. EBS ‘자본주의’의 경우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로 지향을 모아갔다. 두 편의 다큐시리즈는 접근과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향한 모색이라는 화두만은 한가지인 셈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