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이태형 기자] 오는 11월4일 제 64주년 과학수사의 날을 맞아 법의학 분야 유공자 포상을 받게 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낙은(55) 법의관.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태였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삼풍백화점 사고로 발생한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에 참여한 것이 18년 동안 법의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정 법의관은 “당시 사고로 500여명이 죽었고 100명 이상의 신원이 확인 안 됐다. 20% 정도 유족을 못 찾은 셈이다. 당시 기술적으로 한계를 실감했다”며 “무엇보다 어린아이가 장남감을 사러 백화점에 왔다가 매몰됐다. 2~3달이 걸려 시신 일부를 찾아 부모에게 인계하는데 부모도 울고 직원들도 같이 울었다. 그 때 대형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법의관으로서 18년 동안 4000여건의 부검을 시행했다. 삼풍백화점 사태 이후에도 2002년 김해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05년 쓰나미 해일 참사, 2007년 이천화재참사 등 대형 재해사건이면 항상 현장에 있었다.
일반적인 의사의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법의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묻자, “치료학은 고통을 경감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분야입니다. 중요한 분야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법의학이 의학지식을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그래서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 의학의 성격이 강한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법의관은 법의학 분야에 종사하면서 국내 과학수사 기술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동남아 쓰나미 당시 39개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10명 이상 희생자가 나온 국가 중에 한국이 제일 빨리 신원을 확인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정도로 기술에서 앞서 있었다”며 “이제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중심에서 우리 기술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법의관은 지난 6월부터 아시아ㆍ태평양지역 30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퍼시픽메디코리걸어소시에션(APMLA) 회장으로 선출돼 한국의 과학수사력을 알리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