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 이동통신 · 메신저는 팔지만…
막대한 부와 능력에도 소통에 인색한 한국의 거부들 17만 팔로워 거느린 박용만 회장은 ‘소통 아이콘’
최고 부자 빌게이츠 회장 1580만명 팔로워 세계 37위 해외 100대부자 50%가 활동
[특별취재팀] 한국의 슈퍼리치들이 지적 받는 것 중의 하나가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막대한 부와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게 비판의 주 내용이다. 부에 관대하지 못하고, 구설에 오른 인물들에 가혹한 벌을 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들을 위축시키는 탓도 있지만, 슈퍼리치들 스스로도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성향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시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인이 SNS를 통해 소통하고, SNS를 기반으로한 다양산 서비스와 산업구조들이 등장하면서 전세계 슈퍼리치들도 SNS에 발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의 거부들은 유독SNS에 인색하다.
▶ SNS가 두려운 한국부자들 = 국내 부호 순위 100위내 인물 가운데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겨우 한 손가락에 꼽힌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주요 SNS 서비스의 공식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된 사람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도다.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카카오스토리 까지 공식 계정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숫자도 8만명 선으로 국내 기업가 가운데에서는 이례적으로 많다. 하지만 계정자체가 ‘기업인’ 정몽준이 아닌 ‘정치인’ 정몽준을 위한 것인 만큼 내용도 주로 민생과, 국가적 이슈 등 ‘무거운 것’들이 많다. 계정 역시 ‘관리’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SNS 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업 오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그는 17만명에 가까운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편안하고 진솔한 소통’과 ‘재미’라는 SNS의 본질에 맞는 게시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지갑을 안들고와 냉면집에서 외상을 한 사연’이나 두산 베이스 선수가 경기를 잘하자 “업어줘야겠다”는 글을 남기는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서스럼없이 자주 올리는 편이다. 만우절에 회사 임원들에게 거짓말 이벤트를 한 무용담(?)이나 새 스마트 기기의 개봉기 등을 트윗하기도 한다. 다른 재벌들 처럼 권위적이거나 딱딱하지 않고 ‘적어도 이야기는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젊은이들의 반응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SNS상에서 존재감이 크다. 국내 CEO 가운데 가장 감각적인 인물이라는 평답게 정 사장의 SNS는 다양한 컨텐츠(?)로 채워진다. ‘식당에서 옆테이블의 커플이 현대카드가 좋다고 하기에 밦값을 계산했다’는 생활속 일화는 물론 ‘폴 메카트니의 인증샷’ 등 대중문화와 관련한 이야기 등도 담긴다. 지난해에는 전자결제를 놓고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이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사람을 제외하고는 SNS 활동이 활발한 부호를 찾기가 쉽지 않다. SNS서비스의 홈그라운드인 IT업계 조차도 마찬가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찬진 트림위즈 대표 정도만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의견을 남기는 수준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보유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 조차도 SNS 공식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 80대도 트윗을 … 해외 슈퍼리치들 = 해외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해외 100대 부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SNS 계정을 가지고 활동한다. 시계를 30대 부호 이내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70% 이상이 페이스북 페이지나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인 빌게이츠의 경우 SNS 상에서도 전세계 기업가중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한다. 그의 트위터를 팔로윙 하는 사람은 무려 1580만명으로 팔로워 세계 37위에 해당한다다. 연예인들이 대부분인 순위에서 기업가 가운데에는 유일하게 50위 이내에 랭크되어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Samsung Mobile)의 공식 트위터 팔로워숫자가 830만명 선임을 감안하면 게이츠의 팔로워 숫자는 더욱 대단해 보인다.
블룸버그의 창업자이자 뉴욕시장이기도 한 마이클 블룸버그(트위터 팔로워 57만명),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좋아요’ 숫자 2700만명) 등도 SNS상에서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가진 슈퍼리치 들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주로 60~70대인 만큼 SNS라는 새 수단에 익숙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시 해외의 상황을 보면 나이가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세계 2위 부자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 회장은 올해 74세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팔로워 24만명) 계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올해로 나란히 83세인 워랜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금융 그루들도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소통한다. 버핏의 경우 트위터 팔로워수만 83만명에 이른다.
나이보다는 국내 재벌들이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점이 SNS 사용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다. 게다가 ‘부에 너그럽지 못한 사회풍토’나 SNS를 이용해 논란을 만들어내려는 일부의 시선 등 ‘위험요소’가 많다보니 재벌들이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기를 꺼린다는 의미다. 괜히 구설에 올라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때 SNS 선구자였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 과거에 문용식 나우콤 대표와 다소 정치색이 강한 설전을 트위터 상에서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정 부회장은 현재 공식적인 SNS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2012년 진에어의 승무원 유니폼을 놓고 모 여행용품 전문 쇼핑몰 대표와 트위터 상에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 철학과 관심을 트윗하는 글로벌 슈퍼리치 = 글로벌 슈퍼리치들의 경우 SNS를 자신의 철학과 자선활동등을 알리는 창구로 사용한다. 빌게이츠의 경우는 아내와 운영하고 있는 빌&멀린다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주요 활동을 주로 알린다.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퇴치, 교육기회와 정보기술의 접근성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그는 트위터의 자신소개란에도 ‘Sharing things I‘m learning through my foundation work and other interests’(재단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들과 다른 관심사들을 공유함)이라고 계정의 활용 목적을 명확히 밝혀놨다. 그는 IT 산업의 대부답게 SNS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자신의 생각을 장황설로 설명하려기 보다는 이미지나 동영상, 인포그래픽 등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포스팅하는 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경우 기업가이자 행정가, 정치가인 만큼 자신의 하루하루 일정과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예컨데 저비용 고효율의 친환경 램프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와의 만남을 알리고, 그의 작품을 이용해 뉴욕을 더 아름답고 친환경적으로 꾸밀 방법이 없는지를 팔로워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식이다. 글을 개재하는 빈도도 슈퍼리치들에 비해 높다. 그의 트윗계정에는 그가 직접 올린 글만 7000여개가 넘는다.
정차와 사회 철학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조지 소로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특히 국제정세와 정치에 관한 글을 많이 올린다. 예컨데 “이제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시민들이 필요하다”와 같은 식이다.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을 가진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의 경우는 SNS를 자신과 회사를 홍보하는데 적극 사용한다. 자신이 어떤 방송 혹은 어떤 기고를 했는지를 링크등을 통해 알린다.
“내가 e베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보라” 는 식으로 자신과 회사의 투자 방향을 홍보 하기도 한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양영경ㆍ염유섭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