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사적인 업무처리에 동원되거나 논문 대필을 강요 당하는 등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를 빼돌리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10일 서울 관악캠퍼스 근대법학백주년기념관에서 ‘서울대의 인권, 어디에 있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지난 6~9월 대학원생 13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2.5%는 과도한 업무량과 근무시간으로 공부나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동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답한 대학원생은 전체 응답자의 27.8%를 차지했다. 한 응답자는 “프로젝트와 BK장학금 등 학생 명의로 나오는 인건비가 1000만원 이상 되지만 일부만 학생에게 지급하는 교수도 있다”면서 “연구원 인건비 통장과 도장은 교수가 갖고 있으니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교수 가족의 일을 처리하는 등 비서처럼 개인적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대학원생도 11.1%에 달했다. 출장 간 교수의 빈집에 가서 개밥 주기, 이삿짐 날라 주기, 교수 아들의 생일파티 때 풍선 불어 주기, 교수 부인의 비행기표 예매하기 등 업무 내용도 다양했다.
연구비를 빼돌리는 등 부정한 지시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교수 개인을 위한 연구비 유용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0.5%, 교수가 논문을 대필시키거나 대학원생의 논문을 가로챘다고 말한 응답자도 8.7%였다. 또, 학위논문 심사 때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에게 현금 및 상품권을 지급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교수들의 이같은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해 교수가 큰 권한을 갖고 있는 졸업심사 절차를 개선하고 행정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충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