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대우건설 11년차 과장 · A형 섬세함 + O형 호탕함 겸비 AO타입 A형 · 나이지리아 근무경험…사내 캐릭터로 임직원에 새 활력소
대우건설 지미진 과장·제일기획 양영옥CD 두 사람의 감성으로 빚어낸 건설사 캐릭터 이대우? 박대우?…바르고(正) 정 많은(情) 정대우
초등학생들도 대학생도 ‘체이 체이 체인지~’ 최근엔 정대우 밴드 활동…CM송 인기폭발 “정대우 캐릭터 상품 만들어달라” 문의 폭주
요즘 재계에서 가장 ‘핫’한 사람은 누굴까. 그룹 회장님이나 2세 경영인이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조금 늙거나 낡은’ 사람이다. 젊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열에 아홉은 이 사람 이름을 댄다. 대우건설 ‘정대우 과장’.
정 과장은 지난해 말부터 등장한 대우건설 기업광고의 주인공 ‘캐릭터’다. 귀여운 생김새로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끌더니, 몇 달 전부터는 아예 ‘사내 동료(?)’들과 정대우 밴드를 만들어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체이 체이 체인지~”라는 후렴구의 CM송은 묘한 중독성으로 기업광고 음악으로는 드물게 학생ㆍ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초등학교 앞에 가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꼬마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호감가는, 궁금한 기업이 됐다.
그런 정 과장의 인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바로 정 과장을 탄생시킨 지미진 대우건설 홍보팀 과장과, 양영옥 제일기획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두 사람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던 건설사 광고에 ‘캐릭터’를 등장시켜 새바람을 불게 했다.
“동내 아이들 자전거 타고 가면서 ‘체이 체이 체인지’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지 과장)
“딸애가 얼마 전 학교에서 조력발전을 배우는 데 선생님이 대우건설 광고를 틀어줬다고 하더라. 딸이 우리 엄마가 만든 광고라고 엄청 좋아했다.”(양 CD)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대우 과장이지만 출발은 쉽지 않았다.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5~6년 넘게 중단됐던 기업PR를 다시 시작하려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 ‘시공실적만 줄줄이 늘어놓기 바쁜’ 경쟁사들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감성적으로 소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제일기획에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라는 안을 들고 왔다.
“실무자로서는 한눈에 맘에 들었지만 이걸 윗분들이 받아들일지는 반신반의했다. 건설사 느낌이 폴폴 나는 시안과 정 과장 시안 두 가지를 들고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전무님, 사장님이 정 과장 시안을 한 번에 고르시더라. 자율 책임 도전 열정이라는 회사의 핵심가치에 잘 맞지 않냐고 설명하시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지 과장)
그렇게 큰 그림이 잡히면서 광고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임원들 못지않게 직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정 과장은 대우건설의 설립연도와 같은 1973년생이 되었고,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3년 동안 근무경험도 갖게 됐다. 혈액형도 정해졌다. AO타입 A형이다. A형의 섬세함과 O형의 호탕함을 겸비했다는 의미다.
“디자인을 담아한 ‘스티키 몬스터 랩’팀과 캐릭터를 만들 때도 대우건설 분들의 관심이 유독 높았다. “왜 손가락이 네 개냐부터 “명색이 건설회사 직원이 다리가 그렇게 가늘어서 쓰겠냐”는 의견들도 있었다.(웃음)” (양 CD)
캐릭터 이름도 그렇게 정해졌다. 제일기획에서는 최초에 ‘미스터 D’라는 이름을 추천했지만, 사내에서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특히 김대우, 이대우, 박대우 등 ‘대우 시리즈’가 많았다. 하지만 한 임원이 내놓은 아이디어인 ‘정대우’가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바르고(正), 휴머니즘(情)도 있는 그런 인물’이라는 차원이었다.
국내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정대우 밴드 편을 제작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대우건설의 현재와 비전을 모두 담아내는 일이 어려웠다. CF에 등장하는 조력발전소 이미지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홍보팀과, 제일기획 팀들이 직접 시화호발전소를 찾아가 샅샅이 살피기도 했다. 양 CD가 “광고주를 쫓아 이렇게 현장을 열심히 다녀본 게 없지 싶다”할 정도다.
그렇게 탄생한 정 과장은 세상에 나가자마자 스타가 됐다. 광고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회사로 전화가 쏟아졌다. 누가 디자인 한 것이냐부터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가 뭐냐까지 많은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한 여고생은 “정대우 과장 캐릭터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혹시 관련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단순히 인기만 끈 것도 아니다. 대우건설이 매년 자체조사하고 있는 회사의 인지도, 선호도 조사에서 회사 목표를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도 정대우 과장 CF가 등장한 이후 동반 상승했다.
정 과장의 등장은 사내에도 활력이 되고 있다.
지 과장은 “임직원과 그 가족들한테 특히 사랑을 받고 있어서 기쁘다. 동료들 가운데 자제들이 아빠네 회사 CF 또 언제 나오냐며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사 직원 연수 때나 직원 가족 행사 때 정대우 과장이 등장하면 모두들 크게 기뻐한다. 대우건설이 그간 외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오히려 내부적으로 단단해지고 애정이 커졌는데, 그런 부분이 정대우 과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표현되는 것 같아서 담당자로서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대우 과장의 등장은 CF업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정 과장 등장 이후 최근 들어 기업광고에 여러가지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위선적이고 근엄한 채만 하던 낡은 기업광고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양 CD는 “동작 하나 하나, 문구 하나 하나까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작업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그게 광고주를 거치면서 무뎌지게 마련인데, 날선 광고를 그대로 나갈 수 있게 해준 게 (대우건설에) 고맙다”고 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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