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선풍기 한대에 의존, 60%가 온열질환 앓아
-겨울에는 그래도 에너지 바우처 등 지원되는데…
-여름 폭염엔 정부 지원 외면…냉방비정책 사각지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연일 한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며 하루가 멀다하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지만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 한대 마음놓고 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130만 가구의 에너지 빈곤층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냉ㆍ난방비조차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은 “그나마 겨울에 얼어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는 사회의 편견 속에 혹독한 여름을 견디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냉ㆍ난방과 취사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층은 전체 가구 중 약 8%인 130만 가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수용시설과 같은 공동생활시설 거주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여름철 폭염 역시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겨울철 맹추위와 마찬가지다. 에너지시민연대의 ‘2015년 여름철 빈곤층 에너지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60명 중 60%가 적절한 냉방을 하지 못해 어지럼증 등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안 실내 온도는 평균 27.75℃에 달했다. 외부온도와 약 1도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조사 대상 중 에어컨을 사용한다는 가구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86%의 가구가 선풍기에 의존했으며 부채를 사용한다는 답변도 2% 가량 나왔다.
높은 기온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다 보니 온열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복수로 응답한 조사 결과 이들 중 60%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고 두통을 겪고 있는 사람도 41%에 달했다. 근육통이나 근육경직 환자도 34%나 있었다. 이같은 증상은 질병관리본부가 정한 온열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화여대ㆍ인하대 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염 시 기온이 1℃ 더 오르면 사망률은 16% 가량 늘어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셈이다.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겨울부터 중위소득 40% 이하의 소득만 있어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를 수급하는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만 6세 미만 영유아, 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에너지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 도시가스, 등유, 연탄 등 난방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10만원 내외의 실물카드와 가상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다.
문제는 에너지 바우처가 12~4월 중 난방에너지 구입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 연료비가 나머지 기간의 2배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유공자의 경우는 한국전력에서 월 8000원을,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월 2000원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이는 기본적인 지원일 뿐 여름철 늘어나는 전기 요금에 대한 지원책은 아니다. 그마저도 적극적인 홍보 부족으로 실제 신청해 혜택을 보는 가구는 전체 대상 가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복지정책이 지나치게 겨울철에 한정돼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여름철 냉방비 지원 정책도 난방비 만큼 촘촘하게 짜여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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