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창작자 연결고리 태부족 향유계층 없는 그들만의 취향 전락 기획 전문가 육성 등 인프라 강화 국악 전세계 울려퍼질 그날이 오길
인사동의 번잡함을 피해 낙원상가를 지나 종로3가역 6번 출구, 소위 국악로라고 불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낙낙하게 길가에 진을 친 삼겹살 집에 편히 앉아 소주 한 병 시켜놓으니 경기민요 청춘가가 라디오인지 CD인지 유연하게 들렸다. 반가운 반면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뜬금없다니? 국악로라 하는 이곳, 소리로 세상을 주름잡던 최고들이 모여들었던 익선동의 조선성악연구회 자리 아닌가? 아니면 조선왕조의 설움을 삼키던 악사들이 모인 운니동의 이왕직 아악부, 그리고 나아가 최초 국립국악원이 자리 잡았던 주변 아닌가? 그런데도 경기민요 한 가락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왜? 오늘날, 고작 1%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악은 어디에서도 어색한 것이 현실이다. 자료 2010 전통공연예술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음악시장에서 국악음반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뉴에이지나 재즈에도 못 미치는 1.02∼1.5%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매기는 비율은 0.24% 정도라는 수치도 있다. 수치로 보면 한국 음악이 맞을까 하는 처절한 수치다. 문화향수실태조사(2010)를 봐도 연평균 국악공연 관람률은 1.8%에 그친다. 이 지경에, 전통이다 퓨전이다, 혹은 정악이다 민속악이다 논쟁하거나 지원을 누가 받고 하는 비판은 사치라고 하기에도 웃기는 현실이다. 게다가 한류가 뜨고 K-팝이 세계를 흔드는 올해, 4월 상장 음악제작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국악사업부가 해체돼 더 이상 국악사업 하는 곳은 없다. 티아라, 아이유 등이 속해 있는 정상의 음악제작사 로엔이 2008~2010년 판매된 국악음반 가운데 28.3%의 제작 비중을 차지한 회사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국악시장의 현실은 더 참담해진다.
다행히 올해 이자람의 판소리 극 ‘억척가’는 연속 매진을 기록하고, 대중성으로 정면 도전하는 소리아 등 단체의 해외 진출과 성공 스토리가 가능성을 보이기는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간단하게는 ‘중간’이 끊겼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악에는 기획하고 연결하는 허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청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주는 허리 격인 기획자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악시장은 소비ㆍ향유자와 창작ㆍ제작만 존재하고 지원해왔다. 산업으로 보면 국악의 전문적인 기획, 연출, 음향, 영상, 시나리오 부분에 전문가가 부족하고 게다가 대부분 무보수로 일하기 일쑤다. 이제는 머슴 취급하던 중간을 키우고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줘야 한다. 상품 기획의 전문 분야를 키우는 것은 한류 성공에서 배울 부분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1년에 국악공연 한 편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연기획자들에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정부 지원 받고 대충 때우지 말고 1%의 귀한 청중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관객도 정당한 대가를 주고 훌륭한 콘텐츠를 감상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그 정도로 노력한 후에는 명창 송만갑처럼 ‘1년 먹을 것만큼 행하(行下)를 하지 않으면 소리 하러 가지 않겠다’고 떵떵거릴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럴 날이 오길 바란다. 참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