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지난 6일 페루에서 실종된지 3일만에 사망한채 발견된 한국인 8명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삼성물산,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종합기술, 서영엔지니어링 출신으로 각기 소속은 달랐지만 해외 물사업을 개척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전우였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김효준 삼성물산 부장은 평소 동료들에게 “물 시장 개척을 위해 반드시 페루 프로젝트를 따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한다.

페루에 1조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직 국내업체의 발길이 미비한 ‘남미 시장’이라는 점과 ‘물산업’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주변의 기대가 컸다. 물산업은 ‘21세기의 블루골드’라고 불릴말큼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손꼽히지만 5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물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등은 민관협력으로 페루 수력발전소의 설계와, 시공부터 운영, 관리까지 책임지는 이번 사업을 성공시켜 세계 물시장 개척에 한발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페루에서 희생된 8명의 한국인들은 이를 위해 뭉친 국내 최고의 수자원 전문가들이었다. 삼성물산 개발사업부의 김효준(48)부장과 우상대(39)과장은 파이낸싱을 비롯해 사업타당성 검토 등 개발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김 부장은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민간 SOC 개발 업무를 전담해왔고, 우 과장은 인도, 아프리카 등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힘써온 전문가였다.

삼성물산 물환경팀의 유동배(46)차장과 네덜란드인 에릭쿠퍼(38) 과장은 상하수도 등 물 관련 엔지니어들로 기술검토를 담당했다. 유 차장은 영주댐, 낙동강배수문 등의 프로젝트를 맡아온 수자원 설계업무 전무가였고, 에릭 과장은 4개월 전에 삼성이 의욕적으로 영입한 기술 전문가였다.

수력발전소의 설계 부분 검토를 맡은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48)상무과 이형석(43)부장,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56)전무와 최영환(49) 전무는 국내 최고의 댐 설계, 도로분야 전문가들이었다. 전 상무는 가나와 에티오피아에서 수리시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 부장 역시 알제리의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해외사업 진출의 베테랑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개발과 설계, 시공 이후 50년간 운영관리의 역할을 검토하고 있었다. 김병달(50) 한국수자원공사 팀장은 1999년부터 중동과 중남미 국가의 SOC건설을 담당한 댐 전문가로 일해왔다.

수력발전소 부지는 대체로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험한 오지에 있다고 한다. 험준한 산악지대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이 녹록했겠냐만은 보다 큰 꿈을 위해 솔선수범했던 자랑스러운 산업 역군들이었다.

페루의 수력발전소 수주로 시작해 우리나라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선도하고자 했던 8명의 꿈은 페루에서 잠들었다. 오랜시간 그들과 같은 꿈을 공유했던 동료들과 유가족의 미어지는 마음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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