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제성장률 2.9% 전망 3% 못미치는 새해 전망치는 처음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자칫 잠재성장률까지 사상 처음으로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부진, 내수위축 등으로 3년째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된데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용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했을 때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하락하면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의 파급력은 지금보다 약해지게 된다. 금리를 더 내리고 돈을 풀어도 경기부양 효과는 점점 미미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우리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설명을 빗대면 잠재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분수에 맞는 성장률’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2016 하반기 경제전망’기자간담회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했다. 수출부진, 내수위축 등 이미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된데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잠재성장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 조정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한은은 2015~2018년 국내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산하고 있어 조정 시 2%대까지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한은은 전날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9%로 전망하면서,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이 이듬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정서에는 우리경제가 적어도 ‘3%대’ 성장은 고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이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해 성장전망치를 3%대 이상으로 고수해왔다.
하지만, 한은이 2%대 저성장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었음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것은 하락속도다. 우리경제의 침몰은 일본보다 빠르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인구, 생산성이 3대 구성요소인데 일본이 1인당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3가지 요소가 동시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 변화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면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 파급력이 약해진다.
정부가 국가부채를 늘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은을 제외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대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LG경제연구원은 2015~2019년 잠재성장률을 2.5%, 현대경제연원은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2.7%로 각각 추정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5년 마다 장기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했다”며 “이대로 간다면 6~7년 이후 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문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이라도 잠재성장률이 낮다고 생각하면 단기적 방법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 등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수출ㆍ제조업 이외에도 서비스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