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 두리번’… 지하철서 길찾기 왜 어렵나 했더니
서울시정개발硏 실태분석 민간기관은 수수료 내야 시민편의 무시 탁상행정 #1. 친구와 1, 3, 5호선 환승역인 종로 3가 4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한 대학생 김모(23) 씨. 1호선을 타고 종로 3가역에서 내린 김 씨는 한참 동안이나 길을 헤맸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4번 출구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결국 그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4번 출구가 3, 5호선 연결통로를 지나 5호선 쪽에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는 “다른 출입구 표시는 다 있는데 4번 출입구 표시는 못 찾아서 당황했다”며 “다시 찾아가라고 해도 헷갈릴 것 같다”고 말했다.
#2. 명동예술극장을 가기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린 전모(58) 씨. 지하철에서 내린 뒤 주변지역 안내도를 살피던 전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명동성당’과 ‘계성여고’ 위치는 표시돼 있지만 인근에 있다는 ‘명동예술극장’은 표시가 돼 있지 않았던 것. 전 씨는 결국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명한 곳인데 안내도에 표시도 안 돼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 660만명. 서울 지하철은 서울 시민(약 1028만명)의 절반 이상이 매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들의 편의제공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해 6~9월, 4개월 동안 서울 지하철 내 안내표지판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역, 시청역 등 70여개 환승역에서 길 안내 역할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3개선 이상의 환승역 ▷서울과 인근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환승역 ▷외국인 이용이 많은 환승역인 서울역, 시청역, 명동역, 고속터미널역 등 4개역은 현장조사로 진행됐다. 이 외 환승역은 자료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종로 3가역, 충무로역, 교대역 등은 안내판이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너무 많아서 제대로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승 안내표지판이 보행자가 걸어가는 방향과 정면에 위치하지 않아 두리번거리거나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동인구가 많은 환승역이지만 제대로 환승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아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이런 지하철 이용객들이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위치 결정을 담당공무원과 업체가 임의로 판단해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여혜진 도시공간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1~4호선), 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각자 다른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서울시내 모든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지하철 서울역은 안내표지판이 너무 많아 문제다. 안내표지판 남발로 이용객이 혼란스럽다는 것.
지하철 서울역에서 KTX 서울역 등 타 기관 관할 역사로 이동하는 곳에 설치된 표지판은 대부분 임시표지판에 불과하다. 대신 안내표지판이 붙어야 할 곳엔 광고물이 붙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원이 제기되면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안내표지판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0년 한 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길찾기 관련 민원은 100건이 넘었다.
대부분 승강장 내 환승 및 출구안내 등 지하철 이용 시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정보에 관한 문의였다.
표지판에 최단 거리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이 없어 이용객을 헛걸음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역, 시청역, 명동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서울역은 이용객들이 최대 100m까지 더 걸어야 한다.
시청역도 자칫 60m를 헛걸음해야 한다. 명동역은 중간 안내표지가 없어 한 번 잘못된 출구로 향하면 긴 승강장을 되돌아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한다.
출구를 찾아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출구 주변의 지역 안내표지 배치가 제각각이거나 표지판에 인근 지역 구조물에 대한 표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기 때문. 주변 지역 안내도와 역이용 안내도의 방위가 달라 길찾기에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역과 명동역의 지역 안내표지판에는 주요 공공시설만 표기돼 있다. 민간시설은 돈을 내야 표기해 준다. 이렇다 보니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 연구원은 “민간시설의 경우 돈을 내야만 위치를 표기하는 원칙은 서울시 전 역사에 적용되고 있다”며 “인터넷 접근이 어려워 안내표지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어르신이나 노약자들에겐 특별히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