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지난 2일 오후 서울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서울메트로 직원이 사고 발생 14시간 전 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열차를 운행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사고 나흘 전 신호에 오류가 발생했지만 사흘간 오류를 모르다가 오류를 발견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선행 열차(2258)는 1분30초가량 출발이 지연됐는데도 이 사실을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는 사고 당일인 이달 2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이 신호기계실에서 모니터상으로 신호 오류가 난 것을 확인했지만 통상적 오류로 생각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각(2일 오후 3시30분) 14시간 전에 이상을 발견했지만 메트로 측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오류가 감지됐을 때 원인을 확인하고 즉시 정상적인 신호로 바꿔주기 위해 데이터를 새로 입력해야 하지만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사고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3시10분께 신호기 연동장치 데이터를 수정한 뒤 신호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나 메트로 측은 아예 오류 사실 자체를 모른 채 지하철을 무방비로 운행했다.
경찰은 또 정차해 있던 앞 열차의 경우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세 번이나 스크린 도어를 여닫는 바람에 출발이 1분30초가량 늦어졌으나 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메트로 내부 규정에 따르면 열차가 지연되고 있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기관사는 ‘지체없이’ 관제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앞 열차 기관사 A(48) 씨는 이를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았다. 열차의 출발이 1분30초가량 늦어진 뒤 앞 열차는 뒤따르던 열차(2260)에 들이받혔다.
종합관제소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사고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종합관제소 근무자는 운행상황판을 예의주시하면서 운행열차에 대해 종합적ㆍ전반적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하지만 사고발생 약 2분 후인 오후 3시32분에야 승객이 승강장 비상전화로 신고한 뒤에야 상황을 인지했다.
경찰은 6일 오전 서울메트로 본사 신호기계실과 신호체계 변경 작업을 진행한 민간업체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민간업체의 계약서, 공문 등을 검토해 신호체계 변경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수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