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유가·주가 동행 유가 오르면 경기회복 신호 주식시장도 상승세로 선순환

최근 지정학적 이유로 유가 급등 코스피 수익률에 적잖은 부담

WTI 가격, 두바이유보다 낮아 신흥국 기업들 순이익도 훼손

‘유가와 주가는 함께 움직인다.’

역사적으로 일반적 경제 상황에서 유가와 주가는 함께 움직였다. 유가 오름세는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고, 이에 경기 상승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식 시장 역시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풀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최근의 유가 오름세에 따라 경기 회복 신호탄이 쏘아지고 국내 주식 시장 상승세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맞다.

그런데 함정이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경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란을 둘러싼 국제사회 갈등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두바이유, 북해산 브렌트유를 비교했을 때 WTI가 유독 저평가돼 거래되는 것도 일반적인 수요가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고유가 현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상승 기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라면 선물 시장 벤치마크인 WTI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띄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유가와 주가의 동행이 맞다. 그러나 유가가 3~5년 이동평균을 상회하는 고유가 구간에서 코스피 월평균 수익률은 2.33%포인트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평균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지금은 우리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유가가 주식 시장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저유가 구간으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3년 이동평균인 90.84달러 또는 5년 이동평균인 90.09달러 이하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이유로 만들어진 고유가가 증시에 반갑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더 낮게 형성되면서 두바이유를 쓰는 신흥국 기업들의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WTI를 쓰는 미국 증시는 경기지표 개선이 미미한데도 상승세다.

과거 WTI와 두바이유 가격의 차이(spread)가 양(+)에서 음(-)으로 전환되며 그 차이가 커졌던 2008년 9월~2009년 2월을 보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미국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33%인 데 반해 두바이유를 쓰는 신흥 아시아는 -42%로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최근 격차가 음으로 확대됐던 2010년 12월부터 4개월간도 MSCI 미국 12개월 예상 EPS가 10% 상승한 데 반해 신흥 아시아는 6% 상승에 그쳤다. 이는 WTI(배럴당 105달러)보다 가격이 높은 북해산 브렌트유(배럴당 124달러)를 쓰는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현재의 고유가가 증시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고유가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주식 시장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인 측면만 본다면 풍부한 유동성 환경은 증시 강세를 견인하는 요소인 동시에 상품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상품가격과 주가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두바이유과 브렌트유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란 사태가 변수지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가파른 수요 증가 가능성은 낮고, 공급 증가 요인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증산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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