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5% 한국은 7% 불과 독자주유소 확대땐 값인하 여지 공정위 유가 고공행진 대안 모색

국내 정유4社 독점체제도 정조준 정부 주도 사적계약까지 통제 우려

기름값 고공행진 속에서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구매계약, 즉 ‘폴사인제(주유소 상품 표시제)’ 개선을 정조준하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사인제 실태조사를 벌인 공정거래위원회 안팎에서는 강도 높은 후속 조치가 예견된다. 이미 2009년 불공정행위라고 판단했지만 ‘정유사와 주유소 간 합의가 있다면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뒀던 공정위는 최근 ‘미친 기름값’에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경쟁 부족으로 국내 기름값이 높다”며 “일본은 독자주유소(무폴) 비율이 25%에 달하지만 우리는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SK주유소가 GS칼텍스의 기름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지만 전량구매계약으로 주유소들이 묶여 있다며 공정위의 협조를 바랐다.

그렇다면 무폴제 주유소의 기름값 인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공정위는 2009년 ‘석유제품 시장에서의 경쟁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외주 용역을 통해 서울 및 5대 광역시에서 반경 1㎞ 이내 무폴주유소와 경쟁하는 경쟁 주유소의 기름값이 그렇지 않은 주유소에 비해 10.3~17.4원 저렴하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미국에서 2004년 동일한 연구를 한 결과, 샌디에이고의 기름값이 인근 로스앤젤레스(LA)보다 5~15센트 높았던 것도 무폴주유소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무폴주유소나 무폴 형태의 셀프주유소 확대는 정유사 및 주유소 간 경쟁을 강화해 전반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미 2008년 4월 오피넷(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등장 이후 유가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서 최대 가격과 최소 가격의 격차가 14.6원 감소한 점, 셀프주유소 등장이 경쟁 주유소 기름값을 17.5~20.9원 떨어뜨렸다는 실증 연구 등 정보 공개와 경쟁 촉발이 기름값 인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곁들여졌다.

실제 국내 휘발유 시장은 4개 정유사가 지배하는 과점 체제인 반면, 일본은 8개 정유사와 4개 대형 도매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일본의 셀프주유소는 전체의 20% 수준으로 4%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다. 이런 경쟁 효과로 올 들어 1~2월 국내 휘발유 가격이 1.7% 오른 동안 일본은 0.2% 상승에 그쳤다. 2월 말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보다 3.6%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2.4% 떨어졌으니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일본의 기름값이 더 올라야 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던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논리를 벗어난 탁상행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 정유사들로부터 시설 지원 등을 받아 주유소 사업을 시작하고 지원의 대가로 전량구매계약을 하기 때문에 무폴이나 혼합판매 전환은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사업 편의상 폴주유소를 경영하는 업주들이 많은데 정유소와 주유소 간 사적 계약까지 정부가 나서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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