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에 그친 ‘여의도 女風’
의무할당·가산점등 내세웠던 與野 인물난속 당초 목표달성 난항 생색내기식 공천 공약에 그쳐
그 많던 ‘여성’ 구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여성 인물난(難)에 두 여성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여의도 여풍(女風)’이 난관에 부딪혔다. 공천 신청자 수가 예상을 밑돌아 공천신청이 곧, ‘묻지마 후보 확정’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것. ‘여성을 확대하겠다’는 약속 역시 공급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 공천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새누리당은 여성 정치 참여를 위해 지역구 245곳 중 30%(74석) 에 여성을 공천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신인 여성 후보에게는 20%의 가산점도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여성 후보는 현역 여성의원들을 포함, 총 77명에 그쳤다. 지역구별 신청자를 고려하면 지역공천이 가능한 여성 수는 더 줄어든다. 전략공천 지역을 감안해도 당초 밝힌 여성공천 30%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기환 공직자추천위원회 위원은 최근 한 언론에서 “지역구 30% 공천도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혜를 주는 것인데, 여성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게 한계”라고 밝혔다.
사정은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은 공천심사위원회도 3분의 1을 여성위원으로 구성했다. 이후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중 15%(37석)를 여성에게 의무 할당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공천 신청 결과 여성후보는 49명에 그쳤다.
민주당의 ‘지역구 15% 여성 의무공천’ 방침에 대한 당내 잡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청래 민주당 예비후보는 “당에서 여성후보를 지역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지 않으면 15% 공천 할당은 맞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성 의무 공천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문제는 숫자가 아닌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공천 비율이 높더라도 당선 확률이 낮은 곳에 여성을 공천하는 경우에는 여성 공천 비율의 의미가 무색해진다는 설명이다.
서경교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단체들이 원하는 것은 여성 공천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당선 가능 지역’에 여성 공천비율을 늘려 달라는 것”이라며 “당선이 어려운 곳에 여성을 공천하고서 여성 의무 공천을 했다고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리한’ 여성의무 공천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여성 정치인 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는 이견이 없다. 매해 총선마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돼 왔고, 여야의 두 여성 대표가 몰고 온 ‘우먼 파워’ 역시 여성 정치 참여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 교수는 “(현재의 여성 정치 참여비율이) 그렇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며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성후보를 키우는 준비 작업이나 공직 후보로서 여성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m.com
청년-현실정치 여전히 높은 벽
새누리 2030 신청자 고작 10명 민주 ‘슈스케식’ 선출도 잇단 잡음 폐쇄적 정치구조 한계 지적
4ㆍ11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청년 껴안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정치와 청년 사이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본지가 여야의 공천 신청자 1700여명(새누리당 972명(비공개 27명), 민주통합당 713명)을 분석한 결과 청년들의 정치 참여도는 매우 저조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20~30대 후보 등록률은 1.03%(10명)에 그쳤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세의 이준석 비대위원을 발탁하는 등 평소 “청년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강조해 온 것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였다. 신청자들의 평균연령은 54.4세였고 최연소는 부산 사상구의 손주조(27) 씨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후보 등록률은 3.8%대로 여전히 낮았다. 그마저도 20대 신청자는 아예 없었고 30대는 27명이었다. 최연소 후보자는 79년생 인천 남구을에 등록한 최승원 씨였고 공천 접수자의 평균 연령은 52.6세였다.
공천과 별개로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슈스케식 청년 비례대표 선출’ 작업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겠다며 4명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여기에 대해 당 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당직자들도 많은데 청년들이 4명이나 들어가는 건 너무 많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참가자들도 “민주당에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난항을 거듭하는 것은 여전히 폐쇄된 우리 정당정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젊은 정치인이 성공하려면 정치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나이와 선(選)수를 따지고 중앙당으로부터 수직상하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서구는 정치인턴 등 어린 시절부터 정치적 감각과 메커니즘을 학습할 수 있어 청년들이 정치권에 안착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20대가 그런 정치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청년들은 기성 정치권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청년희망플랜’은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목적으로 창당 준비에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면서 19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청년정치단체 ‘노타이(NO~Ties)’는 16일 한ㆍ미 FTA와 관련해 본인의 말을 바꾼 국회의원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