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또 밝았다. 3일 남경필(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나흘째 문잠긴 외통위 회의실로 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극한대립 해소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쳤을게다. 그래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의사봉을 쥘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야당 의원, “물리력 있는 상황에서 강행처리 않겠다”고 말할라치면 동료 여당의원조차 외면하는 현실 앞에서 원만한 타결을 기대했던 자신을 과신한 것은 아닐까.
지난해 9월 외통위원장을 맡은 남 위원장은 한미 FTA 처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야당을 조금씩 설득해 나갔다.
협정문 번역 오류 때, 2008년 12월 해머사태까지 초래하며 외통위를 통과한 기존 안을 철회한 데 이어 정부에 원안과 수정안을 묶은 새 협정문을 제출하라는 강단을 보였다.
또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겠다”, “미국보다 먼저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면서 야당에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을 직접 방문,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의 동향을 살피는가 하면 올 7월 최고위원 직에 오르면서도 외통위원장을 계속 맡았다.
자신이 정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대원칙을 몸소 실천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지난달 31일 남 위원장은 야당의 점거농성에 대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판한 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합의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전날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상정하면서도 “의결과 토론은 분명히 분리하겠다”고 천명했다.
합의원칙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원칙이 현실에 적용되기를 기대했지만, 이제 야당의 주장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다시 한번 비준안 처리를 시도한다.
여야 합의가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남 위원장의 선택은 두가지 뿐이다. 의원직을 던지면서 강행처리할지 아니면 의사봉을 넘길지가 그것이다.
남 위원장은 국익과 합의원칙 두가지를 보여주려 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그에게 고독한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