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자본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주식ㆍ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대체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위험자산의 프리미엄이 확보되지 않는 데다 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역시 녹록지 않다 보니 ‘제3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와 맞물려 투자수익률까지 타 자산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기금의 ‘대체투자 사랑’은 더욱 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연기금, 대체투자 매력 ‘푹’=최근 국내 주요 연기금은 부동산, 원자재, 인프라 등 대체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자산비중은 2012년 말(8.4%)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10.7%를 기록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대체투자 자산비중도 이 기간 각각 2.2%포인트, 1.5%포인트 증가했다. 공통적으로 채권투자 자산 비중이 7. 5~11.1%포인트 감소한 상황에서 나타난 변화다.

올해 연말까지 대체투자 목표 비중은 국민연금 11.5%(567조원), 사학연금 17.6%(14조5000억원), 공무원연금 19.0%(6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외에 군인공제회(69%), 지방행정공제회(50%), 과학기술공제회(42%), 교직원공제회(40%) 등도 대체투자 자산목표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체투자는 유동성에 제약이 있지만 제한된 위험하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연기금이 운용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안적 수단으로 대체투자를 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프리미엄은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저금리 시대에 국채를 위주로 하는 안전자산 투자 역시 적절치 않아 대체투자가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용수익을 따져봐도 대체투자 수익률이 채권이나 주식의 수익률을 한참 앞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운용수익률은 12.3%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주식ㆍ채권 등을 포함한 금융부문 총수익률(4.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각각 7.70%, 8.69%로 3%대의 총수익률과 비교해 좋은 성과를 냈다.

글로벌 연기금, 이미 대체투자 ‘ON’=글로벌 연기금도 운용수익률 제고와 투자위험 분산을 위해 대체투자 늘리기에 한창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ㆍ캘퍼스)과 캐나다 공적연금투자위원회(CPPIB), 스웨덴 공적연금(AP) 등 세계 주요 연기금 3곳의 지난해 대체투자 평균 운용비중은 23.87%로 지난 2008년(12.6%)과 비교해 10% 넘게 늘었다.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은 전체 자산의 0.04%만 대체투자를 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대체투자에 나설 경우 글로벌 연기금의 대체투자 운용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체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와는 반대로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 비중은 줄었다. 지난해 글로벌 연기금 4곳의 주식투자 비중은 평균 43.38%로 2008년보다 2.70%포인트 줄었다.

글로벌 연기금의 운용수익률은 대체투자 증가 추세와 함께 개선되고 있다. 캘퍼스, CPPIB, AP, GPIF 등 연기금 4곳의 3년 수익률은 10%를 모두 넘어섰다. CPPIB 경우 3년 수익률은 15%, 1년 수익률은 18.3%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연기금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면서 대체투자 수요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 4곳의 평균 자산 증가율은 65.29%이다. 이 중 CPPIB는 지난해 운용 자산이 2008년과 비교해 115.66% 급증했다.

김병오 현대증권 자산배분 담당 연구원은 “세계 주요 연기금의 운용자산 규모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주식, 채권이 아닌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운용규모가 커지면 분산투자에 대한 필요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고 말했다.

다만, 분산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라는 대체투자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의 경우 회수가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전적 위험관리’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운용역량 확보와 성과평가, 위험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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