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연애세태
적나라하게 부각
1000시간 넘게 촬영
2시간 분량으로 녹여내
원초적 개성·성격 포착
다양한 모습 살려야 롱런
처음에는 ‘고정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으로 바라본 SBS ‘짝’이 21회까지 방송됐다. 남녀의 연애심리를 보여주는 리얼 다큐인 ‘짝’은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방송이 끝나면 다음날은 인터넷에 종일 ‘짝’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고, 인터넷에서도 출연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일단 ‘노이즈’에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1기부터 11기까지 배출했지만, 출연자들이 조각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편도 내보냈고, ‘짝’에 이미 출연했던 참가자 중에서 헤어졌거나 짝을 이루지 못했던 사람들을 한 번 더 출연시키는 ‘한 번 더 특집’편도 방송됐다.
오프라인에서는 출연자 중 세 쌍이 맺어져 한창 교제 중이고, 화면에서는 고졸 남자를 택했던 여성이 결국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둥 화제는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 스토리가 점점 쌓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불쾌한 느낌이 들면서도 계속 보고 싶어지는 마력을 지닌다.
‘짝’의 매력은 오히려 이성을 사귀기 힘들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젊은이들의 이성을 대하는 태도와 대화를 관찰하는 경험, 다시 말해 세태를 리얼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또래뿐만 아니라 장년층도 요즘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짝’은 조심스럽게 제작돼야 한다. 리얼 다큐라는 이유로 찍은 것을 그대로 내보낸다면 ‘막장 다큐’가 되기 쉽다. 리얼 시추에이션 다큐라 해도 결국 방송되는 내용은 수많은 상황 중 PD가 취사선택한 것이다.
기존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이 길어야 3~4시간 동안 질문,답변과 게임, 눈빛 교환에 이어 선택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 반해 ‘애정촌’이라는 야릇하게 표현된 한 공간에서 무려 일주일간 합숙을 통해 짝을 찾는다는 것은 리얼 다큐의 성격을 더욱 강화시킨다.
‘짝’을 구하는 건 원초적 본능이다. 하지만 무려 1000시간 분량의 테이프에서 2시간여의 분량을 어떻게 뽑아내느냐는‘ 짝’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작진에 따르면 테이프 분량으로 1000시간이 넘는 녹화를 2시간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출연자는 물론이고, 연출자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제작진의 취사선택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향과 방향이 100% 달라진다. 제작진은 시청률을 의식한 때문인지, 낚시형 편집이나 자극과 반감의 요소를 꽤 자주 활용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참가자의 사적인 내용을 자주 부각시킨다. 해운회사 사장 딸의 경우 수행비서와 함께 온 사실 등은 편집으로 얼마든지 가릴 수 있다. 얼굴이 예쁜 여성에게 집중되는 남심(男心)과 어장관리녀가 양산되고, 그러다 보니 여자는 외모, 남자는 ‘스펙’이라는 도식을 확인하는 데에 그친다면 허무해진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이런 남자(여자)도 있고, 저런 여자(남자)도 있다는 남녀의 다양성에서 나와야 한다.
짝을 찾는 건 원초적 행위지만, 긴 시간 동안 생활하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이 나오고 남녀의 설렘과 미묘한 기류까지 포착될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더 살려야 하는데, 갈수록 짝을 정하는 ‘본론’ 위주로 편집 방향을 설정하는 양상이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짝’이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적자생존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남녀의 다양성을 더욱 부각시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서병기 기자/wp@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