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가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잘생긴 재벌남주인공, 그저 그런 배경의 씩씩한 여자 주인공. 닳고 닳아서 더 이상 꺼내기가 미안할 정도인 포맷을 가지고 ‘다시 또’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가장 아름다운 해병 현빈이 한번 보여주었던 ‘폐소공포증’을 가진 재벌남을 이번에는 불량 재벌2세 지성이 ‘광장공포증’이라는 병명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구조는 구태의연했지만, 지성의 발랄한 연기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최강 동안 최강희의 상큼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고, 톱스타 영웅재중에서 까칠하지만 다정한 남자 차무원 본부장으로 변신한 김재중도 기대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 이슈들을 거침없이 패러디하면서 같은 재료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요리처럼 질리지 않는 재미를 탄생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지헌이 은설의 치한에게 일반적인 합의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챙겨주고 나서, 경찰서 밖에서 치한에게 주먹질을 하는 장면은 모 재벌 기업 사장님의 ‘맷값 폭행’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 장면은 이 드라마 외에도 여러 번 등장하며 이제는 재벌 오너 부도덕의 상징처럼 고유명사화가 되어 가고 있네요.

맷값 폭행외에 차회장의 보복구타 사건도 다루고 있는데요. 아들을 특별하게 사랑하는 재벌 회장님의 복수극은 지금 생각해도 섬뜩합니다. 돈과 권력의 가장 ‘나이브’한 모습을 국민 모두가 지켜보았는데요. 보복 구타. 만약 일반인이 그것도 주먹 좀 쓰는 사람들을 써서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서 폭행을 했다면 구속될까요? 불구속될까요? 억울하면 출세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왕지혜(배우),지성(배우),최강희(배우),김재중(배우)
왕지혜(배우),지성(배우),최강희(배우),김재중(배우)

이 드라마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노은설이 확실하고 개념 있게 보여주고 있는 점인데요. 예쁜 척하며 언제나 구세주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비서가 아니고, 나약하게 퇴사하여 우연히 구세주씨를 다시 만나는 여인도 아닌, 비굴해보이기는 해도 끈질기게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는 현실적인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

‘힘들지 않다. 즐겁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라고 처절하게 자기 최면을 거는 노은설의 모습은 어쩌면 올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이면서 가장 슬픈 장면일 것입니다.

면접에서, 아니 면접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어떠한 시련이 와도 노은설의 최면을 한 번씩 되뇌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서병기 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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