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적과의 동침 (27)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혹시 스페인 공항에 가보신 적이 있는지? 정열의 나라라고 일컬어질 만큼 그 공항에서 이별, 혹은 상봉을 하며 벌이는 연인들의 행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 같으면 아무리 그리운 연인을 만났다 하더라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쥐치가 수족관 유리벽을 주둥이로 쪼듯이 슬쩍 입맞춤정도 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젊은 연인들은 상대방과 찰떡처럼 들러붙은 채 입술부터 시작하여 볼, 턱, 귓불, 목 언저리, 어깨, 심지어는 팔뚝까지 죄다 빨아먹고 핥아먹으며 난리를 꾸민다.
‘쪼옥, 쪽!’
유리는 상체를 앞으로 굽힌 채 쪼옥, 쪽 소리가 나도록 유호성의 손가락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두 눈을 똑바로 올려 뜬 채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이것이 키스를 부르는 눈빛이로구나… 유호성은 자못 당황하여 눈길을 아래로 돌렸다. 그러자 단추가 풀리고 옷깃이 앞으로 당겨진 그녀의 가슴언저리가 내려다보였으니 그의 두 눈에 무엇이 보였는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고편이 필요 없군요. 만나자마자 사시미를 뜨려고 하네.”
“매운탕을 끓이기에는 너무 싱싱하잖아요?”
“설마 어머니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진 않았을 텐데…”
“그럼요, 신 여사님께서는 호성 씨를 골프선수로 만들어 오라고 하셨지요.”
“목사님한테 염불을 외우라고 하지. 난 레이싱이 좋아요.”
“알고 있어요. 그건 차후에 의논하면 될 일이고… 어때요? 내 가슴이 그 아가씨 것보다 훨씬 크죠?”
“그 아가씨?”
“회사 앞 광장에서 빨간 포르셰 타고 함께 놀던 그 아가씨.”
“아, 김지선!”
느닷없는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검은색 브래지어가 젖가슴의 아랫부분을 단단히 조이고 있었으므로, 모아지고 올려진 젖가슴 상단부가 금세라도 터질듯 팽팽히 드러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죠? 내 가슴이 훨씬 크죠?”
이번에는 유리가 속삭이듯 나지막하고 촉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 미치겠구나… 화류계 정신연령이 이미 90세, 득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던 유호성의 자제력은 파도에 쓸리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요, 숨이 가쁘도록… 매력적이야.”
유호성은 여전히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쩌면 당돌한 그녀의 물음에 넋이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리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블라우스 단추를 채워가며 작정한 듯이 되물었다.
“원조 골프황제인 아널드파머는 공격적인 코스 공략의 대명사였어요. 지금은 80을 넘긴 노인이 되었지만 젊은 시절 파머의 샷은 끝없는 전진일 뿐이었죠. 그런가하면 잭 니클러스는 파머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스타일이었어요. 타석에 올라가서도 빈 스윙을 서너 차례나 하는 신중함 때문에 골프팬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지요. 호성 씨는 어느 선수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나도 아널드파머에 매력을 느끼지요.”
연애도, 심지어 섹스도 마찬가지 아니겠냐는 질문이었다. 무엇이든지 간에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화산처럼 화끈하게 터져나가는 스타일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화산처럼 화끈하게 ‘한번 하자’는 주문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