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태광그룹 비리 의혹 수사 발표

7000여개 차명계좌 관리

편법증여 등 고전 수법 활용

이선애·오용일·박명석씨 등

임원 6명은 불구속 기소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31일 700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4400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또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와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 등 계열사 임원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은 무자료 거래 등과 같은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경영권 승계에 쓴 고전적인 기업비리”라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에 위법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000여개 차명계좌로 4400억원 운용=검찰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밝혀낸 태광그룹의 비자금은 약 4400억원. 비자금은 회사 임직원 등 400여명의 명의로 된 700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됐다. 수사 당시에도 2300억원이 남아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스펀덱스 등 태광산업에서 생산하는 섬유제품을 무자료 거래(500억원)하거나 직원 급여(26억원) 등을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모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회장은 이렇게 모은 비자금을 지난 2008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당시 세금으로 710억원, 묻지마 채권 200억여원, 개인 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대금 700억원, 회장 일가 일시납 보험계약 313억원 등에 사용했다.

▶비상장 계열사로 편법 증여=이 회장은 그룹 내 우량 비상장회사인 한국도서보급을 저가 매수해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 그는 지난 2005년 11월 계열사인 한빛기남방송이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 18만4000주(지분율 92%)를 주당 1만6660원에 매수해 자신과 아들 현준(17) 군이 각각 10만주와 8만4000주씩 보유하도록 했다. 당시 이 회사 주식의 적정가치가 주당 17만6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에 29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자신과 아들이 대주주인 한국도서보급을 통해 계열사 주식을 매수해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개인비리도 갖가지=조직적인 회사 비리뿐 아니라 이 회장 개인의 비리도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CJ미디어로부터 채널배정 관련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 회사 주식 186만주를 121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시세차익만 250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2003년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 소유의 태광골프연습장을 적정가치인 178억원이 아니라 88억원의 저가에 매입해 회사에 9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2008년에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동림관광개발이 골프장 건설비용을 조달하기 힘들어지자 계열사를 동원해 572억원을 빌려주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