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미 군함 방화범으로 지난달 기소된 라이언 소여 메이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1조원대 미국 해군 함정에 불을 질러 폐선시킨 범인이 해군 특수 부대인 ‘네이비실’에 지원했다가 퇴출당한 20살 수병으로 지목됐다.

미국 데일리 비스트와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해군범죄수사대(NCIS)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법원에 제출했던 영장을 입수해 그해 7월 발생한 4만t급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화재 사건으로 기소된 방화범이 해군 수병 라이언 소여 메이스라고 보도했다.

메이스는 방화와 고의적인 함정 손상 혐의 등으로 지난달 29일 기소됐다. 기소 당시 방화범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피고 측 변호인의 서류 접근 권한이 허용되면서 약 1년 전 법원에 제출됐던 영장의 봉인이 해제됐고, 해군이 메이스를 방화범으로 지목한 사실이 드러났다.

병적 기록과 영장에 따르면 메이스는 2019년 해군의 첨단 전자 컴퓨터 병과에서 복무하기 위해 입대했다가 ‘네이비실’ 대원으로 목표를 바꿨다. 하지만 훈련 시작 5일 만에 탈락해 본험 리처드함에 수병으로 배치됐고, 이후 해군을 혐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수사관들은 본험 리처드함에 배속된 선원 177명을 인터뷰해 메이스를 용의자로 압축했고, 함정 지휘관은 메이스가 “해군을 경멸하는 인물”이었다고 진술했다.

수사관들은 또 메이스가 방화 사건 직전인 지난해 6월 자신의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침의 네이팜(화염성 폭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 냄새가 좋다”는 수상한 글을 올린 사실도 확인했다.

메이스는 화재 사건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지난해 본험 리처드함 화재 진압 이후 수리를 시도했으나 32억달러(3조6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고려해 폐기 결정을 내렸다. 1997년에 취역한 본험 리처드함은 7억5000만달러(8500억원)를 들여 건조됐고 현재 기준으로 그 가치는 12억달러(1조3300억원)에 달한다.

본험 리처드함은 키리졸브(KR), 쌍용훈련 등 다수의 한미연합 훈련에서 상륙군 기함으로 활약해 한국군에도 친숙한 미 군함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탐색구조 활동에 투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