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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설탕 안 들었으니까 괜찮은 거 아니야?”
마트에 가면 커다란 글씨로 ‘제로 슈가(Zero Sugar·무설탕)’를 이름에 걸어 놓은 과자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초콜릿과 쿠키, 케이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포장지에 적힌 ‘제로 슈가’마 믿고 마음 놓고 양껏 먹었다간, 배신감을 느낄지 모른다.
문제는 탄수화물이다. 설탕을 줄인 제품이 건강에 더 나은 선택일 수는 있지만, 당류가 적다는 사실만으로 열량과 탄수화물까지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설탕을 대신해 감미료를 사용하더라도 밀가루와 식물성 유지 등 다른 원료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맛을 내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과자의 기본적인 영양 구성이 모두 바뀐 것은 아니다.
쿠키와 케이크 등에 사용되는 흰 밀가루는 곡물의 겨와 배아를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식이섬유와 일부 영양소가 줄어든다. 식이섬유가 적은 정제 곡물 식품은 통곡물 식품보다 포만감을 주는 효과가 낮을 수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면 전체 열량 섭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설탕 대신 무엇을 넣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일부 제품은 말티톨과 말티톨시럽 같은 당알코올을 사용한다. 당알코올은 설탕과 특성이 다르지만, 종류에 따라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과량 섭취하면 복부 팽만이나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혈당 관리를 목적으로 제로 과자를 선택한다면 당류뿐 아니라 총탄수화물과 섭취량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당류 표시를 읽는 방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내 표시 기준상 무당류·무설탕 표시는 일반적으로 식품 100g당 당류가 0.5g 미만인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영양정보에 당류가 0g으로 표시돼 있다고 해서 탄수화물이나 열량까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무가당’ 역시 제조 과정에서 당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지, 식품에 당류가 전혀 없다는 뜻과는 다르다.
무설탕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2024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무설탕 제품의 생산액은 5726억원으로 전년보다 20.1% 증가했다. 생산 품목 수도 590개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음료를 제외한 빵·소스류 등 무설탕 제품의 생산액은 592억원으로 전년보다 109.7% 증가했다
과자 업계에서도 제로 제품의 성장세가 확인된다. 롯데웰푸드의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제로’는 2022년 5월 출시 이후 2년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4년 매출은 500억원을 넘겼다. 같은 해 10월 출시한 제로 초코파이는 출시 50일 만에 600만 봉이 판매됐다. 소비자가 설탕을 줄인 과자를 실제 구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설탕 과자가 무조건 나쁜 식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설탕 섭취를 줄이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로’라는 단어를 건강식이나 무제한 섭취의 허가증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당류를 줄인 제품이라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총열량과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다.
과자를 고를 때는 포장지 앞면의 문구보다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먼저 확인하자. 당류와 함께 1회 제공량, 총열량, 탄수화물, 지방을 살펴보고 실제로 먹는 양에 맞춰 계산하면 된다. 당류가 0g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제품 전체의 영양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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