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끝…외인은 기록적 투매
코어위브·앤트로픽발 ‘AI 거품론’ 재점화
이번 주도 ‘첩첩산중’ 반등 기회 모색
빅테크 실적 및 11월 앤트로픽 IPO 주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주 한국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그간 지지부진하던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에는 공포감이 번졌다. 주 후반 코스피와 코스닥이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시장에서는 아직 바닥을 단언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957.88포인트(14.46%) 내린 5668.05로 마감했다.
지난주 첫 거래일인 12일부터 3% 넘게 급락한 지수는 13일에도 5.46%나 밀리며 단숨에 6000선 초반까지 추락했다.
14일에는 0.44% 내리는 데 그치며 6000선에서 바닥을 찾는 듯했으나, 15일 또다시 7.57% 급락해 5500선으로 내려섰고, 이 과정에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선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 기간 낙폭은 1449.52포인트(20.70%)에 이르렀다.
7거래일 기준으로 코스피가 이보다 큰 낙폭을 보인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7년 12월(-2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31%), 코로나19 국면이었던 2020년 3월(-25%)의 세 차례뿐이다.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급락의 배경이 됐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치가 급락해 부실 영역에 접어들고,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의 선두주자인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둔화하는 등 부정적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탓이다.
이에 주요국 증시는 AI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7월 급락장의 충격을 만회하고 전고점에 근접했거나 뛰어넘은 상태였던 미국·대만 등과 달리 코스피는 두 달이 지나도록 회복이 지연되며 저평가 구간에 있었는데도 오히려 더 큰 낙폭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한 주 나스닥은 4.48%,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1.41%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255와 대만 가권 지수는 각각 5.37%와 4.47%의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률은 각각 14.46%와 10.93%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큰 이유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7월 급락 여파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묶여 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투매를 받아낼 주체가 없어졌다.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지난 7일 끝났고,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지지대를 상실한 지수가 급격히 낙폭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2일부터 10월 16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무려 208조3260억원을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40조1330억원, 101조56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6일 미국 뉴욕증시는 AI·반도체 관련주가 재차 급락하며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3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9% 밀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15%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83% 내렸다.
이날 나스닥의 낙폭은 지난 7월 23일 이후 최대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코어위브(-11.91%)의 신용위험이 재부각되며 주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주가가 두 자릿수 낙폭을 보였으며 마이크론(-5.63%), 브로드컴(-4.52%),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6.58%), AMD(-5.95%) 등도 큰 폭으로 밀렸다.
메타(-3.72%), 알파벳(-2.47%), 마이크로소프트(-1.93%) 등 빅테크 역시 크게 내렸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도 일제히 급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지수상장펀드(ETF)는 3.70%, MSCI 신흥 지수 ETF는 1.74%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83% 하락한 가운데 러셀2000 지수와 다우 운송지수는 각각 1.66%와 1.13%의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3.50% 내린 채 거래를 마감했다.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국내 주식시장은 이번 주도 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은 견고하지만, 외국인 수급에 따른 부담이 여전히 커서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 미국 중간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방향성 모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코어위브 사태가 AI 산업 전체가 아닌 개별 기업 이슈라는 점이 확인될 시 반도체부터 강하게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현지시간 19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릴 가트너 IT 심포지엄에선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와 투자비용, 실제 생산성 및 투자수익률이 주요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어 20∼22일에는 엔비디아의 연례개발자회의인 GTC가 열리며 메타(21일), 램리서치(21일), IBM(21일), TI(21일), 웨스턴디지털(22일) 등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도 이어진다.
11월 초 예정된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지나가면 이를 위한 자금 재배분도 마무리되고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월 중순 앤트로픽 상장 이후를 주목한다”며 “앤트로픽 상장 이전엔 대형 IPO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상장 이후로는 수급 부담 해소와 함께 AI 수익성에 대한 불투명성이 낮아지며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