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르엘 임대주택 전세금 보증금 11.7억원
전셋값 급등에 따라 장기전세도 함께 올라
69대1 경쟁률 뚫고도 미계약률 25% 가까이
이번(제8차)에 청담르엘 서류심사대상자로 선정됐어요. 막상 계약금과 잔금보니 이자만 한달에 350만원 나갈 거 같은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자금조달)’ 같아요. 이게 맞나 싶어서 포기할까 생각 중입니다.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신혼부부 전용 임대주택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2)’의 입주자로 선정되고도 보증금 부담에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전셋값 자체가 급등하면서 미리내집 보증금도 따라 올라갔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올해 3월 당첨자가 발표된 제6차 미리내집 모집의 경우 전체 계약 대상 364건 중 89건(24.5%)이 미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내집은 적격자가 없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선정된 예비자에게 계약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계약 4건 중 1건이 불발된 것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받은 제6차 미리내집은 당시 400가구(예비입주자 선발 포함)를 모집에 2만7874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6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특히 보증금이 높을수록 포기가 더 많았다. 가격대별로는 ‘8억 초과’ 주택 59건 중 21건이 계약되지 않아 미계약률은 35.6%로 가장 높았다. 송파구 잠실르엘 59㎡(이하 전용면적·보증금 8억4240만원) 36건 중 12건이 미계약됐고 서초구 메이플자이 49㎡(보증금 8억1900만원)은 18건 중 6건이 계약되지 못했다. 나머지 주택은 ▷4억 초과~6억 이하 24.6% ▷4억 이하 21.4% ▷6억 초과~8억 이하 20% 순으로 미계약률이 집계됐다.
미리내집은 강남·서초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시세의 80% 이내에서 공급되는데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강남권은 미리내집 보증금이 10억원을 넘기는 곳도 생겼다.
이에 따라 당첨 가능권에 들어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보증금 마련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미리내집의 경우 자산 기준(6억6200만원)이 있어 단지에 따라 보증금이 이 기준을 넘을 경우 대출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청담르엘 단지 내 미리내집은 59㎡(이하 전용면적)의 전세금이 11억7000만원으로 계약시 1억1700만원, 입주 시에는 잔금 10억53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서울시가 4월 도입한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활용하면 당장 필요한 전세금이 8억1900만원(전세금의 70%)으로 줄지만 유예보증금에 대한 이자(이율 2.73%)를 월평균 80만원씩 감당해야 한다. 이 제도를 활용해도 사실상 보증금 약 8억원에 월 100만원(관리비 등을 포함)에 가까운 주거비를 부담해야 거주할 수 있다.
8억원대 전세금을 내야하는 미리내집에 지원한 신혼부부 B씨는 “자기자본이 6억원이 있지만 나머지는 대출을 이용해야 해 이자, 관리비, 2년마다 인상될 보증금 등까지 고려하면 월 1000만원을 버는 부부라고 해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강남권 임대주택에 지원해 서류제출대상자로 선정된 신혼부부 C씨는 “서초 학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지원했지만 막상 서류를 내려니 망설여진다”면서 “같은 금액으로는 장기전세 대신 외곽 매수를 선택할 수도 있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제8차 미리내집의 경우 래미안대치팰리스(59㎡, 11억7000만원), 래미안원펜타스(59㎡, 11억4660만원) 등 7개 단지 약 90세대에서 보증금이 10억원을 넘었다. 시세보다 저렴히 핵심지에 거주하는 요건에는 맞지만, 이는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평균가격(11개구 기준, 8억3270만원, KB부동산)보다 높다. 업계에서는 전셋값 상승 추이와 신축 선호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전세금 10억원 이상의 임대주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금이 높지만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도 없다. 무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임차보증금 기준이 신혼 가구 기준 수도권 4억원 이하여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액 보증금을 납부해야 하는 미리내집의 경우 일반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같은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실제 지난 8차 모집공고에 포함됐던 대치래미안팰리스 59㎡(전세금11억7000만원)의 경우 5호 모집에 2인이 신청해 서류심사대상자 발표 전부터 미달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임대주택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을 입주자의 소득 수준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혼신생아매입임대주택 등 일부 임대주택의 경우 현재 신청자의 월평균소득 구간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게 산정돼 운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보증금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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