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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車·철강…국내 산업현장 ‘초비상’
건설 등 안전사고 잦아 원·하청간 갈등 증폭
정유화학 업계 잇단 규제강화 ‘삼중고’ 불가피
“중대재해법 위헌소지 많고 법체계도 결여”
전문가 “향후 국내기업 활동 크게 위축” 우려
안전사고가 잦은 건설·석유화학·철강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로 원·하청간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헤럴드 DB]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발효를 앞두고 반도체, 철강,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국내 산업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50인 미만을 제외한 전 사업장이 유예기간 없이 이 법의 테두리에 포함되면서 안전 관리 구축에 대한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백 개에 달하는 하청업체 가운데 사고가 어디서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원청업체의 위축 우려가 가장 크다. 사고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처벌 부담까지 늘면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협력사 생태계 붕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산업재해 감소라는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점으로는 ▷중대재해는 하청에서 발생했는데, 원청만 처벌 ▷국내 중소기업 수주 큰 폭 감소 우려 ▷중대재해 발생 시 전문성 있는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수사 ▷AI도 준법 대상을 알기 어려울 만큼 준수 의무가 광범위하고 모호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으로 다른 나라 국부 창출 등이 지목됐다.

다른 산업군보다 안전사고가 빈번한 건설업계의 고민이 가장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중대재해법 적용 1호 대상을 건설사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이 대부분 외부인 데다 불특정 다수가 모여 일하는 환경이라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 지금도 사고에 대한 처벌이 과중한 상황에서 강도와 대상을 달리한다는 것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정유화학 업계도 좌불안석이다.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화학물질 취급과 관련한 규제에 이번 중대재해법까지 ‘삼중고’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한 석유화학 관계자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4년마다 진행하는 증설과 보수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사업장에 들어온다”며 “안전교육을 강화하더라도 개인이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건 지나친 규제”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 하청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원료를 중소 하청기업에서 받아 섞어 석유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하청 기업과 안전사고와 관련한 문제로 엮이는 것을 피하고자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청-하청간 수직구조로 이뤄진 산업현장의 특성 외에도 기업의 안전 규정과 무관한 산재사망도 꾸준하다. 다른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뇌심혈관질환과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매년 2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무상 질병 사망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9년 기준 전체 업무상질병 사망자 1165명 중 77.7%(905명)가 뇌심혈관질환(503명), 진폐(402명)에 의한 사망이었다.

중대재해법은 급성중독 등 대통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일한 원인 또는 동시에 5명 이상 발생한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금속·화학물질 중독에 의한 사망 외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질병사망으로 사업주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애초에 발의된 법안 자체가 워낙에 위헌적인 소지가 많고 법 체계성도 결여된 측면이 있었는데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짧은 기간에 국회를 통과하게 돼 유감”이라며 “일부 조항이 수정됐으나 여전히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법안으로 향후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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