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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녹색성장 사업 MB, 4대강을 ‘녹색’으로…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우리나라의 젖줄 4대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과 금강은 ‘녹조라떼’를 넘어 ‘잔디밭’으로 불립니다. 

낙동강 일대에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식수원인 금강 대청호, 낙동강 강정고령보ㆍ창녕함안보는 조류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당 1000개를 넘어서면 조류 경보가 발령됩니다. 그런데 창녕함안보와 대청호는 이달초 기준치의 각 8배, 강정고령보의 경우 3.7배에 달하는 '유해남조류'가 측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강의 상수원인 팔당호에도 녹조가 생기기 시작해 시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팔당호의 ‘유해남조류’ 세포수는 아직 기준치 이내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태풍이 발생하거나 일교차가 확대되면 '유해남조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2011년 11월말 북한강에 녹조가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해 화제가 됐던 전례가 있습니다. 


4대강에 녹조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 당국은 아직 수돗물이 식수로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강을 뒤덮은 녹조 현상을 직ㆍ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은 마시는 물에 대한 염려를 떨칠 수 없습니다.

독성이 있는 남조류가 정수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경우 식수를 마신 사람은 간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조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야권은 다음달 2일 정기국회 개원과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4대강 문제를 집중 공론화할 태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낮 2시부터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 민생 챙기기 일환으로 낙동강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지난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경남 창녕군 길곡면 소재 창녕함안보를 찾아 민심을 청취했습니다.

지난 26일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낙동강 물고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한 나라의 하천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느냐. 바로 물고기다. 낙동강에 물고기가 있느냐”고 묻자 조 후보자는 “전체적으론 아니지만, 부분적으론…”이라고 우물쭈물하며 진땀을 뺐습니다.

정부가 낙동강 어민들에게 어업 보상을 하면서 올 9월이면 낙동강 생태계가 회복될 거라던 주장은 거짓말이 될 공산이 큽니다. 수질 악화로 낙동강에 잉어, 붕어 등 토종 물고기는 씨가 말랐습니다. 다음달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고기가 잡히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게 현주민들의 반응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강준치,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만 잡히는데,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현 정부는 무얼 했는 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정부가 이렇다할 대책 하나 없이 사실상 4대강 수질 오염을 방치해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데도 환경 당국은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만 탓하며 문제의 핵심을 덮는 데 급급합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낙동강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지류ㆍ지천에서 유입되는 가축ㆍ생활폐수에 의한 것이라는 주객이 바뀐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 측도 분노하는 낙동강 어민들에게 “어업피해에 대한 보상은 완료된 것으로 안다”, “낙동강 생태계는 곧 회복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4대강에 녹조가 생긴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더는 방치해서 안될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간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을 그 원흉으로 지목하고, 4대강 보 개방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을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물론 최근 4대강 일대 녹조현상에 폭염이 한몫했지만, 이보다는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면서 강물 정체로 오염물질이 쌓인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4대강 살리기 등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추진했던 MB 정부가 결국 4대강을 녹색으로 만든 셈입니다.

급기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청문회 개최와 관련자 책임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환경 당국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4대강 살리기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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