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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ng 리포트]“연애하기 귀찮다”…셀프 소개팅으로 썸만 탄다
[헤럴드경제=박병국ㆍ서지혜 기자] ‘회사생활에 바빠 누군가를 만날 기회는 없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은 25~35세 젊은이들을 위한….’(셀프 소개팅서비스업체 광고 문구)

연애하기 귀찮은 세상이다. 최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서 ‘삼포세대’로 불리는 20~30대의 상당수가 시간이 없다면서 소개팅을 마다하고 있다. 지인을 통한 만남도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선뜻 나서기 힘들다.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애를 포기하는 젊은이가 속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셀프 소개팅’이 새로운 연애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가입해 ‘가벼운 선긋기’ 연애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다 정말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사람이 연인이 된다면 금상첨화지만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주선자가 없으니 부담될 게 없다.


▶‘주선자’가 좌우했던 부모세대=20여년 전만 해도 남녀의 만남에 있어 ‘주선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요즘은 전화번호를 넘겨주면 주선자의 일은 끝났다. 그러나 부모세대에서는 만남부터 연애까지 주선자가 끝까지 책임을 졌다. 만남 당일에 주선자가 동행하는 것은 당연했다. 주선자가 약속이 있다면서 일어설 때 같이 따라 나서면서 상대방에 대한 호오(好惡)를 표시했다.

가끔 주선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장소를 잡는 것도, 상대방의 특징을 알려주는 것도 주선자의 일이다. 가령 ‘베이지색 면바지에 파란 상의를 입은 남자’라든지 ‘왼손에 A신문을 들고 있는 남자’라고 포인트를 설정하고 미리 공지한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집전화를 둘러싼 헤프닝도 많았다. 지금은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없으면, 만남 자체가 이뤄지진 않지만 과거에는 전화번호만 ‘따면’ 7부 능선을 넘은 것이었다. 당시 가족이 모두가 쓰는 집 전화번호를 이성에게 알려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받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 일이라면, 전화 연결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요즘에야 전화연결이 안되면 난리가 나지만 예전에는 전화를 잘못 걸었다가 사달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이 받으면 얼른 전화를 끊어야 했고, 상대방이 혼자있는 시간을 상상 속에서 곰곰히 찾아내야 했다. 늦은 밤 술 마시고 전화를 했다가는 “우리집을 어떻게 보고 밤에 전화를 하느냐”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뤄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다.

▶소개팅도 ‘셀프’ 시대=요즘은 만남에선 주선자의 존재가 무의미해졌다. 주선자 없이도 스스로 소개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150여개의 소개팅 앱이 출시돼 있다.

이중 소개팅 앱 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는 ‘이음’의 경우 가입자가 110만명을 넘는다. 국내 미혼남녀 800만명 중 15%에 달한다. 이음을 운영하는 이음소시어스에 따르면 하루 1000쌍 정도가 이 앱을 통해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사인’을 보낸다고 한다. 소개팅 앱 이음을 통해 실제로 결혼한 커플도 110쌍에 이른다.

특정 학교나 직업만 선별해 가입자를 받는 소개팅 앱도 있다. 최근 출시된 한 소개팅 앱은 ‘서울지역 25개 대학 재학생’ 또는 ‘SKY(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등에 재학 중인 20∼39세 남성’과 ‘서울지역 4년제 대학의 20∼39세 이하 여성’ 등의 자격 조건을 내걸어 학력 서열화와 성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결혼정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초반 ‘고스펙’ 미혼자의 가입이 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는 ‘노총각ㆍ노처녀가 됐을 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음소시어스가 최근 진행한 ‘싱글런’과 같은 소개팅 이벤트도 젊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싱글런은 이성친구가 없는 청춘들이 모여 마라톤을 하고 ‘썸 탈’ 이성을 물색하는 행사로, 4000여명이 모여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총 1만9731건의 ‘OK메시지(호감표시)’가 오갔고, 이중 75% 가량이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하지만 셀프 소개팅 시대에는 가벼운 시작만큼 진지한 연애로 이어지기보다 썸만 타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연애가 부담스러운 청춘들이 미묘한 감정만 즐기고,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썸을 타고 있는 이성과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58.8%에 불과했다.

송혜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SNS, 앱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와의 소통이 훨씬 쉬워지면서 20대의 연애 습관이 ‘썸’ 타기와 같은 보다 빠르고 간편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성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간계의 교류와 확장 과정에서도 ‘썸’ 트렌드가 적용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관계 맺음에만 익숙해짐을 다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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