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불법(佛法)의 바다’ 영천 은해사와 ‘돌구멍 절’ 중암암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혹서기엔 나무 그늘에서 독서삼매(三昧)경에 빠져 본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된 듯 책 읽는 문화가 실종된 지 오래다. 다행히 “천 권의 경전이나 만 가지 이론(千經萬論)도 각자 본래의 진심을 지키는 것(守本眞心)만 못하다”는 중국 선종 5조 홍인대사(601~674년)의 법문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위안받는다. 많은 불자에게 알려진 중국 선종 6조 혜능대사(638~713년)의 스승인 홍인대사는 다음의 일화도 있다. 어느 학인(學人)으로부터 “수도자는 왜 마을에서 수도하지 않고 산림에 은둔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큰집의 재목은 마을(세속)과 동떨어진 심산유곡에서 빼어나게 자라나 귀중한 재목으로 쓰이듯, 정신을 그윽한 산림에서 다듬고 혼탁한 세속의 먼지를 털어낸 뒤 수도하여야만 깨달음의 나무가 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고 했다. 신라의 불교 확장에 큰 역할을 한 원효스님(617
2025.07.31 14:10
천년을 품은 수마노탑…‘5대 적멸보궁’ 정선 태백산 정암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강원과 경북의 경계를 잇는 태백산에 걸쳐 있다 보니 동선상 찾아가기 쉽지 않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에 5대 적멸보궁 중 마지막 방문지가 되고 말았다. 서울의 지인은 벌써 3번을 다녀왔다고 하니 외진 곳이란 이유로 이제야 초행길에 나선 필자가 슬며시 부끄러워졌다. 정암사 가는 도중 예정에 없이 시원한 바람길 덕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초록 융단의 선자령(1157m) 길을 올라갔다. 명품 숲길과 야생화를 즐기며 올라가니 강릉 시가지와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에 여름 더위도 순간 사라진다. 이런 게 여행자의 묘미다. 백두대간의 중심부 선자령에서 산맥 따라가다 보면 함백산, 태백산이 나올 것이다. ‘온갖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난 보배로운 궁전’, ‘적멸보궁(寂滅寶宮)’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그래서일까.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많은 불자가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사자암, 영월 법흥사, 설
2025.07.24 14:30
외국인도 꼭 가봐야 할 사찰…서산 개심사·마애삼존불·보원사지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무비공처(牛無鼻孔處).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라는 뜻인데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현대 불교를 개창한 경허선사(1849~1912년)는 동학사 밑에 살던 한 처사가 했던 이 한마디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콧구멍에 코뚜레가 꿰어 고삐를 당기는 대로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마라’는 내용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봤다. 사찰기행 초기 서산 간월암을 탐방하면서 근대불교에서 선종을 중흥시킨 경허 대선사에 대해 어설프게 인지했고 충남지역 사찰들과 많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됐다. 최인호의 장편 소설 ‘길 없는 길’이 경허선사와 그 제자 만공스님에 대한 소설임을 알고 수덕사를 탐방하기 전에는 꼭 읽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나고 나서야 절판된 책을 중고로 구매해 이제 막 1권 읽기를 마쳤는데 개심사를 가다 보니 ‘계율에 얽매여 보살도를 행하지 못한다면 코뚜레에 코가 꿰인 소’라고 생각했던 경허
2025.07.17 14:05
“풍수지리 발상지” 월출산과 도선국사의 기운이 서린 ‘영암 도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가수 하춘화(1955년~)가 17세의 나이에 ‘영암 아리랑’을 불러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고 영암 월출산은 그렇게 알려져서 감사의 표시로 하춘화 노래비까지 세웠다. 그러나 이미 1200년 전 태조 왕건의 탄생과 고려 건국을 예언했고, 우리나라에 ‘풍수지리’를 전파한 도선국사가 월출산 아랫마을에서 태어났고 이곳에 사찰을 창건함으로써 월출산이 풍수지리상 최고의 길지임을 알렸다. 영암, 강진의 넓은 평야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바위산, 달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산봉우리에 달이 걸리면 환상의 세계인 양 아름답다고 해 붙여진 이름 월출산(月出山, 809m)이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의 한 줄기로 한반도 서남해안을 향해 뻗어 내려가는데, 산 전체가 암석 봉우리와 절벽 등 기암괴석이 많아 산세가 험하지만 봉우리 하나하나가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지리산의 12%)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구름다리(해발 605m,
2025.07.10 14:59
7명의 도둑은 현인으로…임꺽정은 대도가 된 ‘안성 칠장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설화 속 도둑 숫자도 일곱 명으로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운의 숫자 7을 좋아하는가 보다. 7은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에서도 특별하게 생각하는 숫자이다. 불교에서도 석가모니가 태어날 때 일곱 줄기 연꽃이 솟아났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옮긴 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남겼다는 것을 보면 숫자 7은 많은 종교에서 완성의 의미로 신성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숫자 7이 들어간 대표적인 사찰이 가야불교 발상지로서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수도해 성불했다는 하동의 칠불사인데 안성의 칠장사는 이보다 더 유별나 보인다. 고려 초 혜소 국사가 이곳에 머물 때 주변의 일곱 명의 도적 무리가 칠장사 샘을 찾아, 물을 마시러 와서 황금 표주박을 훔쳐 갔다. 일곱 도둑이 시간차를 두고 모두 물을 마시러 왔다가 황금 표주박 하나씩을 챙겨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가지고 가서 보니 황금이 아니라 일반 표주박으로 변해있는 수수께끼 같은 일을 일곱 도적이 각자 겪고서야
2025.07.03 15:14
“저것이 내가 살린 물고기” 원효·혜공의 전설 깃든, 포항 오어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汝屎吾魚(여시오어)’. 네 것은 똥이고 내 것은 물고기다. 희롱조의 말인 듯한데, 똑같이 풀을 먹었는데 독사에겐 독이 나오고 젖소에겐 우유가 나오듯 이 말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화두(話頭)’는 아닐까 자못 궁금하다. 불교에선 ‘사자’나 ‘코끼리’, ‘용’ 등을 상징 동물로 많이 사용하지만 사찰에는 물고기가 가장 흔한 생물 중 하나이다. 가장 많이 쓰는 목탁, 종각루의 사물 중 하나인 목어, 바람 따라 소리를 내는 풍경, 용이 물고 있는 물고기,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토해 내는 그림(吐漁圖, 토어도)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물고기는 불교에선 어떤 때는 밤낮 눈을 뜨고 있어 ‘쉼 없이 정진하라’는 뜻으로, 어떤 때는 잉어가 협곡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고사성어 어변성룡(魚變成龍)처럼 누구나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 사찰 중에서 물고기 어(魚)가 들어가는 이
2025.06.26 14:42
“이 절엔 3가지 없고 3가지 많다”…승보사찰, 조계 총림 송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절에서 석탑이나 석등을 볼 수 없고, 잔잔한 바람이 불 때마다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풍경(風磬,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전각 한두 채 있는 조그만 암자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 중 하나라면 말이 달라진다. 석탑과 석등이 없고, 풍경소리를 들을 수 없어 3무(三無) 사찰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3가지가 많은 3다(三多)사찰이다. 건물(전각)이 아주 많고, 훌륭한 고승들도 많았다. 지금도 거주하는 스님들이 많으며,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3무3다(三無三多)의 사찰은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 서쪽에 자리 잡은 종합 도량 총림(叢林)으로서, ‘품위’와 ‘무게감’이 물씬 느껴지는 천년 고찰 송광사이다. 호남의 명산 중 하나인 조계산과 더불어 주암호의 푸른 물결이 감싸 안고 있으며 맑은 계곡물과 편백나무 숲길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큰 사찰이다. 봄
2025.06.19 14:14
정원과 연못이 아름다운 사찰, 산청 수선사(修禪寺)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사찰은 어디일까. 유튜브 등에선 경쟁적으로 5선이니 10선이니 하며 소개한다. 각기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경주 골굴사나 영암 도솔암, 고성 폭포암, 구례 사성암 등 기암절벽 위에 얹혀있는 사찰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영주 부석사, 공주 마곡사 등 유네스코 산지 승원을 말하기도 한다. 지형적 특성, 오랜 역사성으로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사찰을 주변에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많다. 산과 계곡, 폭포, 기암절벽 등 지형을 잘 살린 절경 속에 있기도 하고, 오랜 역사를 품어 고풍미를 물씬 풍기는 곳도 있다. 공원처럼 잘 꾸며지거나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곳들도 있다. 어느 절이 가장 아름다운 사찰인지는 기준이 다르고 계절에 따른 분위기도 달라서 특정할 수 없지만 아름다운 카페 앞마당 같은 정원 사찰도 있다. 정원과 연못이 빼어나서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이면 더욱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2025.06.12 15:16
최초의 구산선문, 생명나눔의 시작 남원 실상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평상심이 도(道)이며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했던 8세기 당나라 선승 ‘마조 도일’ 스님이 있다. 남종선의 창시자이며 중국 선종 육대조인 혜능대사의 손제자로서 중국 선종의 8대조이며 조사선(祖師禪)의 창시자이다. 마조선사의 제자인 ‘서당 지장(지장스님)’과 ‘백장회해(백장스님)’은 한국 불교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중국 백장산에서 천하의 대가람을 이루었던 백장스님의 이름을 딴 암자가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었다. 백장암은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가장 먼저 개산(開山)해 최초의 선종(禪宗) 사찰이라고 하는 실상사(實相寺)의 산내 암자이다. 얼마 전 구산선문 중 조계종 종조(宗祖)인 도의선사의 선맥을 이어 우리나라 선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장흥 가지산의 보림사를 다녀왔었다. 이번에는 대구·광주 간 고속도로 중간지점 지리산 나들목(IC)을 통과해서 이성계가 왜장과 싸울 때 달(月)을 끌어(引)당겨서 승전했다는 데서 유래된 남원시 인월면을
2025.06.05 14:29
‘최대 무슬림국’ 인도네시아의 불교 사찰…석가모니와 공자를 함께 모신 금덕원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새벽 4시, 5성급 호텔인데도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교회 종소리나, 사찰의 새벽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와 사뭇 다른, 알 수 없는 아랍어 주문이 30여분이나 지속된 인근 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헌법에 종교자유가 보장된 세속국가이지만, ‘모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등식이 적용돼 국민 모두는 국가가 보장하는 종교를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발급받는 신분증(KTP)에 지정된 국가종교 중 하나를 기재해야만 하는, 무신론이 용납되지 않는 종교 국가이다. 국가 지정 종교는 이슬람, 힌두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5대 종교였는데 2006년 유교를, 2017년 토속신앙까지 추가돼 7대 종교가 됐다. 이슬람교가 87%로 주류이고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 영향으로 개신교, 천주교 등 기독교 계통인구도 10%에 달한다. 힌두교, 불교는 오랜 역사가 있지만 합해서 2% 정도이며 그중
2025.05.29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