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외국인도 꼭 가봐야 할 사찰…서산 개심사·마애삼존불·보원사지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무비공처(牛無鼻孔處).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라는 뜻인데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현대 불교를 개창한 경허선사(1849~1912년)는 동학사 밑에 살던 한 처사가 했던 이 한마디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콧구멍에 코뚜레가 꿰어 고삐를 당기는 대로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마라’는 내용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봤다. 사찰기행 초기 서산 간월암을 탐방하면서 근대불교에서 선종을 중흥시킨 경허 대선사에 대해 어설프게 인지했고 충남지역 사찰들과 많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됐다. 최인호의 장편 소설 ‘길 없는 길’이 경허선사와 그 제자 만공스님에 대한 소설임을 알고 수덕사를 탐방하기 전에는 꼭 읽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나고 나서야 절판된 책을 중고로 구매해 이제 막 1권 읽기를 마쳤는데 개심사를 가다 보니 ‘계율에 얽매여 보살도를 행하지 못한다면 코뚜레에 코가 꿰인 소’라고 생각했던 경허
2025.07.17 14:05
“풍수지리 발상지” 월출산과 도선국사의 기운이 서린 ‘영암 도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가수 하춘화(1955년~)가 17세의 나이에 ‘영암 아리랑’을 불러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고 영암 월출산은 그렇게 알려져서 감사의 표시로 하춘화 노래비까지 세웠다. 그러나 이미 1200년 전 태조 왕건의 탄생과 고려 건국을 예언했고, 우리나라에 ‘풍수지리’를 전파한 도선국사가 월출산 아랫마을에서 태어났고 이곳에 사찰을 창건함으로써 월출산이 풍수지리상 최고의 길지임을 알렸다. 영암, 강진의 넓은 평야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바위산, 달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산봉우리에 달이 걸리면 환상의 세계인 양 아름답다고 해 붙여진 이름 월출산(月出山, 809m)이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의 한 줄기로 한반도 서남해안을 향해 뻗어 내려가는데, 산 전체가 암석 봉우리와 절벽 등 기암괴석이 많아 산세가 험하지만 봉우리 하나하나가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지리산의 12%)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구름다리(해발 605m,
2025.07.10 14:59
7명의 도둑은 현인으로…임꺽정은 대도가 된 ‘안성 칠장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설화 속 도둑 숫자도 일곱 명으로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운의 숫자 7을 좋아하는가 보다. 7은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에서도 특별하게 생각하는 숫자이다. 불교에서도 석가모니가 태어날 때 일곱 줄기 연꽃이 솟아났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옮긴 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남겼다는 것을 보면 숫자 7은 많은 종교에서 완성의 의미로 신성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숫자 7이 들어간 대표적인 사찰이 가야불교 발상지로서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수도해 성불했다는 하동의 칠불사인데 안성의 칠장사는 이보다 더 유별나 보인다. 고려 초 혜소 국사가 이곳에 머물 때 주변의 일곱 명의 도적 무리가 칠장사 샘을 찾아, 물을 마시러 와서 황금 표주박을 훔쳐 갔다. 일곱 도둑이 시간차를 두고 모두 물을 마시러 왔다가 황금 표주박 하나씩을 챙겨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가지고 가서 보니 황금이 아니라 일반 표주박으로 변해있는 수수께끼 같은 일을 일곱 도적이 각자 겪고서야
2025.07.03 15:14
“저것이 내가 살린 물고기” 원효·혜공의 전설 깃든, 포항 오어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汝屎吾魚(여시오어)’. 네 것은 똥이고 내 것은 물고기다. 희롱조의 말인 듯한데, 똑같이 풀을 먹었는데 독사에겐 독이 나오고 젖소에겐 우유가 나오듯 이 말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화두(話頭)’는 아닐까 자못 궁금하다. 불교에선 ‘사자’나 ‘코끼리’, ‘용’ 등을 상징 동물로 많이 사용하지만 사찰에는 물고기가 가장 흔한 생물 중 하나이다. 가장 많이 쓰는 목탁, 종각루의 사물 중 하나인 목어, 바람 따라 소리를 내는 풍경, 용이 물고 있는 물고기,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토해 내는 그림(吐漁圖, 토어도)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물고기는 불교에선 어떤 때는 밤낮 눈을 뜨고 있어 ‘쉼 없이 정진하라’는 뜻으로, 어떤 때는 잉어가 협곡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고사성어 어변성룡(魚變成龍)처럼 누구나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 사찰 중에서 물고기 어(魚)가 들어가는 이
2025.06.26 14:42
“이 절엔 3가지 없고 3가지 많다”…승보사찰, 조계 총림 송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절에서 석탑이나 석등을 볼 수 없고, 잔잔한 바람이 불 때마다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풍경(風磬,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전각 한두 채 있는 조그만 암자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 중 하나라면 말이 달라진다. 석탑과 석등이 없고, 풍경소리를 들을 수 없어 3무(三無) 사찰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3가지가 많은 3다(三多)사찰이다. 건물(전각)이 아주 많고, 훌륭한 고승들도 많았다. 지금도 거주하는 스님들이 많으며,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3무3다(三無三多)의 사찰은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 서쪽에 자리 잡은 종합 도량 총림(叢林)으로서, ‘품위’와 ‘무게감’이 물씬 느껴지는 천년 고찰 송광사이다. 호남의 명산 중 하나인 조계산과 더불어 주암호의 푸른 물결이 감싸 안고 있으며 맑은 계곡물과 편백나무 숲길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큰 사찰이다. 봄
2025.06.19 14:14
정원과 연못이 아름다운 사찰, 산청 수선사(修禪寺)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사찰은 어디일까. 유튜브 등에선 경쟁적으로 5선이니 10선이니 하며 소개한다. 각기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경주 골굴사나 영암 도솔암, 고성 폭포암, 구례 사성암 등 기암절벽 위에 얹혀있는 사찰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영주 부석사, 공주 마곡사 등 유네스코 산지 승원을 말하기도 한다. 지형적 특성, 오랜 역사성으로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사찰을 주변에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많다. 산과 계곡, 폭포, 기암절벽 등 지형을 잘 살린 절경 속에 있기도 하고, 오랜 역사를 품어 고풍미를 물씬 풍기는 곳도 있다. 공원처럼 잘 꾸며지거나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곳들도 있다. 어느 절이 가장 아름다운 사찰인지는 기준이 다르고 계절에 따른 분위기도 달라서 특정할 수 없지만 아름다운 카페 앞마당 같은 정원 사찰도 있다. 정원과 연못이 빼어나서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이면 더욱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2025.06.12 15:16
최초의 구산선문, 생명나눔의 시작 남원 실상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평상심이 도(道)이며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했던 8세기 당나라 선승 ‘마조 도일’ 스님이 있다. 남종선의 창시자이며 중국 선종 육대조인 혜능대사의 손제자로서 중국 선종의 8대조이며 조사선(祖師禪)의 창시자이다. 마조선사의 제자인 ‘서당 지장(지장스님)’과 ‘백장회해(백장스님)’은 한국 불교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중국 백장산에서 천하의 대가람을 이루었던 백장스님의 이름을 딴 암자가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었다. 백장암은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가장 먼저 개산(開山)해 최초의 선종(禪宗) 사찰이라고 하는 실상사(實相寺)의 산내 암자이다. 얼마 전 구산선문 중 조계종 종조(宗祖)인 도의선사의 선맥을 이어 우리나라 선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장흥 가지산의 보림사를 다녀왔었다. 이번에는 대구·광주 간 고속도로 중간지점 지리산 나들목(IC)을 통과해서 이성계가 왜장과 싸울 때 달(月)을 끌어(引)당겨서 승전했다는 데서 유래된 남원시 인월면을
2025.06.05 14:29
‘최대 무슬림국’ 인도네시아의 불교 사찰…석가모니와 공자를 함께 모신 금덕원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새벽 4시, 5성급 호텔인데도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교회 종소리나, 사찰의 새벽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와 사뭇 다른, 알 수 없는 아랍어 주문이 30여분이나 지속된 인근 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헌법에 종교자유가 보장된 세속국가이지만, ‘모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등식이 적용돼 국민 모두는 국가가 보장하는 종교를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발급받는 신분증(KTP)에 지정된 국가종교 중 하나를 기재해야만 하는, 무신론이 용납되지 않는 종교 국가이다. 국가 지정 종교는 이슬람, 힌두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5대 종교였는데 2006년 유교를, 2017년 토속신앙까지 추가돼 7대 종교가 됐다. 이슬람교가 87%로 주류이고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 영향으로 개신교, 천주교 등 기독교 계통인구도 10%에 달한다. 힌두교, 불교는 오랜 역사가 있지만 합해서 2% 정도이며 그중
2025.05.29 15:42
절벽 위 효령대군의 심정이 깃든 곳…관악산 연주암과 연주대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무척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봄기운이 넘어가는 5월 중순 화창한 날에 큰 행사를 치른 후 수고한 직원들과 좋은 공기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했는데 졸지에 극기 훈련이 됐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악산이란다. 관악산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의 경계에 있지만 옛 과천군의 진산(鎭山)으로 해발 고도 632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관 모양으로 높이 솟은 산은 서울 관악구의 기원이 됐고 운악산(934m), 화악산(1468m), 감악산(675m), 그리고 개성의 진산 송악산(488m)과 함께 경기 5악으로도 유명하다. 북쪽 기슭에는 서울대학교가 자리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변모했고, 동남쪽 기슭 과천에는 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서 행정수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경마장이 훤히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관악산은 서울대, 사당, 안양, 과천 등에서 오르는 등산코스가 많다. 좋은 산에는 어디를 가나 역사성을 간직한 사
2025.05.16 14:05
“세상에 평안을”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 봉축법요식…‘힙한 불교’ 연등회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 나부끼는 사월 초파일, 관불회(灌佛會), 석가탄신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 ‘부처님 오신 날’ 서울 조계사 앞이 시끌벅적하다. 70년 전 조계사 역사를 되새기고 싶은 이승만을 추앙하는 시위대 차량, 귀빈(VIP) 차량, 의전 차량들이 뒤섞여 이날, 이 시간만큼은 가장 혼잡한 지역이 이곳일 것이다. 예전 석가탄신일에서 2018년 명칭이 변경된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 올해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친다. 모든 사찰에서 봉축 행사가 행해지고, 특히 서울 조계사 법요식은 종정, 원로회의 의장, 총무원장, 종회의장 등 종단의 주요 큰스님들이 참여하고, 정관계 인사들까지 함께해 오전 10시에 개최하고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했다. 우리나라에선 부처님 탄신일로 지내고 있지만, 여러 불교국가에선 부처님의 탄생과 부처가 비로소 깨달음에 도달한 성도일을 함께 지내는 경우도 있고 탄생, 깨달음 그리고 입적을 모두
2025.05.09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