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은 동해상에서 각각의 해군 및 해상자위대 함정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잠수함전 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증대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억제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거듭 설파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친일국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독도 침탈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의 한반도 및 독도 침탈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및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안보 체제 구조와 변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과 미일 동맹의 테두리 안에서 자위대의 대외적 활동을 극력 제한하는 정책을 견지해왔다. 2014년 이후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일본이 글로벌 차원에서 자신들의 안보에 영향을 가할 수 있는, 소위 존립위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더불어 대외 군사활동에 참가하는 폭을 넓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하의 한국 영역에 대해 미일 동맹하의 일본이 적대적 군사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 정부도 자위대의 한국 영역 내 활동이 우리 측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고, 일본도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한 바 있다.
물론 일본의 안보정책이 보통국가전략에 따라 종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차원에서 보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 그리고 중국의 급속한 국방비 증대 및 해·공군력 증강이 더욱 주시해야 할 안보질서 불안정 요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고민하는 정치지도자라면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 내 주요 군사기지 혹은 대한해협 등에 투발한다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가. 만일 중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 동중국해를 경유하는 우리의 해상수송로를 차단하거나 한반도 서해상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경우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 같은 최악의 안보 상황에 대응해 국내적으로는 핵 억제를 포함한 자강능력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 간 동맹 태세를 강화하며, 나아가 미국과 동맹을 공유하는 일본과도 한미일 3국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필요최소한의 안보정책이다. 사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그간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공유돼왔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해마다 개최된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측 국방장관들이 한미일 상호 정보 공유와 연합군사훈련 필요성에 합의해왔다. 한국 해군의 문무대왕함을 필두로 미국 항공모함 및 일본 함정들과 실시한 3국 대잠전 훈련은 한미 간 SCM에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한 것에 다름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핵무력법 제정을 통해 전술핵을 포함한 핵 선제공격의 범위와 가능성을 대폭 확대했다.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연임을 확정한 중국은 무력을 사용한 대만 통일정책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는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엄중함을 더해가는 국제안보 상황에서 우리는 외교와 국방 차원에서 다각적 안보 전략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은 그 기본적인 태세다. 이에 더해 한반도 안보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국제사회 우방국가들과도 중층적 안보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 같은 안보 전략과 태세 구축을 정치권에서 초당적으로 공유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