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핵 문제가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제7차 핵실험 가능성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는 중이다.
확장 억제는 핵보유 강대국의 핵 억제력을 동맹국에까지 확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의 역사에서 미국은 1978년 한미 국방장관회담(SCM) 공동성명에서 핵우산을 처음으로 보장했고,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SCM 공동성명부터 확장억제 공약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2009년 SCM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은 핵우산, 첨단 재래식 타격, 미사일방어로 구성된다고 적시했으며, 최근의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정례화에 이르기까지 확장억제공약은 지속돼왔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 보장이 처음 거론된 1978년은 한국이 은밀하게 추진해오던 핵무장계획을 완전히 포기한 시점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은 핵 비확산 정책과 관련이 깊다. 국제 핵보유국 중 미국만큼 일관성 있고 확고하게 핵 비확산정책을 추진해온 강대국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핵무기 기술을 이전도 했던 다른 핵보유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지속적인 외교정책이 자유시장경제와 핵 비확산 유지라고 평가될 정도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한 국가이기도 하지만 최초로 유엔에 전 세계 핵무기 제조물질관리 의탁을 제안한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러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오늘날 국제 핵 비확산을 위한 NPT체제와 NPT의 이행장치라 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의 동력을 마련한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왔는데, 제재와 압박이라는 채찍 외에도 확장억제라는 당근도 함께 사용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핵 비확산정책과 확장억제정책은 사실 동전의 양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은 1950년대 소련의 위협에 직면한 서독의 핵무장을 저지하면서 NATO 국가들과 집단적인 핵 공유 방식의 확장억제공약을 발전시켰고, 1964년 중국의 핵실험에 직면한 일본이 핵무장 대신 비핵 원칙을 선택하자 핵우산과 함께 우호적인 원자력 기술협력을 제공해왔다.
오늘날 북핵 문제 앞에 선 우리 사회에서 억제력 강화 대안으로 전술 핵 재배치, 핵 잠재력, 핵무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때도 미국의 확장억제와 핵 비확산 입장을 동시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내에서 전술 핵 재배치도 비확산정책 시각에서 보는 태도가 있는 만큼 비확산 차원에서의 한미 컨센서스도 요구된다.
또한 핵 잠재력은 상당 기간 비확산 신뢰성이 입증돼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옵션이기도 하다. 그리고 핵무장 대안은 확장억제와 핵 비확산정책 모두를 거부하는 대안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핵무장을 한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공통점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해당 국가의 필요성이 급증했었다는 것과 함께 대내적으로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의 억제력 강화 대안들은 한반도의 대내외 여건과 함께 확장억제와 핵 비확산이라는 두 축을 모두 고려하면서 발전해가야 한다.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