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상대 구명로비 혐의 빠져 -로비자금 받았지만 로비 안 했다?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친분 실체 물음표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9일 ‘정운호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혔던 브로커 이민희(56) 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입점과 관련해 정운호(51ㆍ사진) 대표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9억원을 받고, 유명가수의 동생에게 3억원을 편취한 것이 그의 주요 혐의다. 홍만표(57) 변호사 소개비로 사건 의뢰인에게 1000만원을 받은 것도 확인됐다.

오랜 도피생활 끝에 체포된 이 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밝히는 데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이 씨는 정 대표의 도박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임모 부장판사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구명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음 언론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 씨의 혐의에서 이 부분은 빠져 있다. 검찰은 범죄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판사가 사표를 내고 대법원은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다”며 사표수리를 보류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그 사실이 제대로 가려지지 못한 셈이다.

이 씨의 서울메트로 로비의혹도 여전히 물음표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정 대표 측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유흥비와 생활비로 탕진했을 뿐 실제 로비는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에게 청탁하겠다며 역시 정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홍 변호사도 같은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김익환(66) 전 서울메트로 사장은 “홍 변호사의 청탁이 있었으나 거절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헤졌다. 김명수(66) 전 서울시의회 의장도 “서울시 정책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입점을 도와줬다”고 진술해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를 두고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씨가 고교 선배인 홍 변호사에게 사건을 물어다주고 돈은 사건 의뢰인에게 받은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 씨는 홍 변호사에게 받은 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가 사건을 가져온 브로커에게 수임료 일부를 떼주는 통상적인 법조 브로커 사건과 다른 양상을 띠어 검찰 내부에서도 “특이한 케이스”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한테 사건을 맡기기가 어렵다보니 의뢰인이 이 씨에게 홍 변호사 소개를 부탁하고 그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 씨가 홍 변호사에게 소개한 또다른 사건들도 조사해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유명가수의 동생 조모 씨에게 과시했던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씨는 조 씨에게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상장시킨 뒤 돈을 갚겠다면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차관, 검사 등을 동원해 상장을 방해하는 세력을 주저앉히겠다’고 말한 사실이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허언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 씨가 정ㆍ관계 인사를 상대로 실제 로비를 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