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룬드대 스벤 리딘 교수의 깊은 통찰이 담긴 이색 축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1일 스벤 리딘 교수의 축사는 5명의 수상자 소개와 시상이 끝난 뒤 진행됐다. 스벤 교수는 “순진함이란 ‘삶을 순진함 없이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는 덴마크 시인 피트 하인의 시로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세상에 대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참 순진한 생각이다. 모든 뉴스는 여러분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인간이 얼마나 사악하고 잔인하며 야수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인 지를 총천연색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선한 일들을 축하하기 위해 평화롭게 이자리에 모였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악한만큼) 인간이 평화로운 것도 똑같이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벤 교수는 이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며 창조하려는 본성을 가진 경이로운 존재다. 우리는 오늘 이런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어린아이의 순진함’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스벤 교수는 “아이들은 어울리기를 잘한다. 완전히 낯선 이들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간다. 작은 미소만으로도 즉시 관계의 끈이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이런 어울리고자 하는 행동은 인간의 본성이다”며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 돼 가면서 세상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진정 용감한 사람만이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여기서 공감의 용기를 찬양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소통을 잘한다. 중국 아이들은 중국어를 쉽게 배우고, 영국 아이들은 영어를 쉽게 배운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일만큼 한국 아이들은 한국어를 금방 배운다”며 “그러나 어린이들은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소통을 한다. 정신이 아닌 영혼에 와 닿는 아이들의 비언어적 소통은 즉각적이고 강력하다. 예술의 축도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왜? 어떻게? 그래서? 잠시도 쉬지 않는다. 아이들처럼 과학자들도 결코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놀이가 곧 과학의 전부다. 하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또다른 질문을 불러온다. 지식의 탐구는 끝 없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스벤 교수는 “지식의 열매가 악의 목적에 이용될 수도 있겠지만, 지식의 탐구가 악의 뿌리는 아니다. 지속적인 무지의 상태가 그 원인이다. 지식이 압제자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 동기는 무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수상자들은 우리 안의 그 어린아이가 항상 여기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순진함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이 분들은 같은 인류의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 어린아이 같은 여러분들의 모습에 감사하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우리 스스로에게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해 오늘 이자리에서 대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어린 시절 가졌던 질문을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Is there anything I can do?)”라고 소개했고, 그 대답인 “그래. 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Yes, you can do everything!)”는 대답을 이날 수상한 5명의 인사들이 해줬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