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방송에서 ‘펫(Pet)’이 등장한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KBS2 ‘1박 2일’에서도 고정출연 펫 맴버 상근이가 있었고 tvN ‘삼시세끼’를 통해 밍키, 산체, 벌이가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부터는 ‘펫’이 감초 역할이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올 초에 걸쳐 전면 등장한 ‘펫방’의 대표주자로는 MBC ‘일밤-애니멀즈’, JTBC ‘마리와 나’와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가 천만을 넘어섰고 지난해 반려동물산업 전체 규모가 2조 원을 웃돌고 있다. 애완 동물이 아닌 반려 동물로 불릴 만큼 시청자들의 삶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펫방’의 희비는 갈렸다.
▶‘펫방’ 동물과 인간 ‘교감’ 내세워, 결과는 조기 종영=JTBC ‘마리와 나’, MBC ‘일밤-애니멀즈’는 조기 종영을 쓴 맛을 본 ‘펫방’이다.
지난해 12월 편성된 ‘마리와 나’는 출연진이 주인이 있는 반려동물을 1박 2일 동안 위탁해 보살펴 주는 프로그램이다. 강호동부터 서인국, 아이콘, 서인국, 은지원, 심형탁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작진이 차별화를 둔 건 두 가지였다. 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의 비중을 높인 점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마리와 나’ 김노은 PD는 “동물 예능은 오래 못 간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출연진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반려동물이다”라며 기대를 모았다. 두 번째는 다른 펫방과 다르게 출연진들이 반려동물을 소유해 키우는 게 아니라 대신 돌봐주는 형식을 택했다. “유기견을 키우다가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1박 2일 간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설정은 색달랐지만 시청률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방송 시간대가 수요일 밤 11시에서 오후 9시 30분으로 옮겨지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경쟁을 펼친 게 된 건 치명타였다. 결국 1%대 저조한 시청률을 내며 지난 4월 6일 17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초에 첫 방송된 ‘애니멀즈’는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인 아이를 가져왔다. 당시 제작진은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노는 환경”(김현철PD)을 내세웠지만 육아 예능과 펫방이 뒤섞여 자신만의 색깔을 내지 못했다. 감동을 주기에도 부족했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제영제 PD)며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내세웠지만 동물과 사람의 수가 많은데다 어느 하나에 집중되지 않아 산만했다.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일밤-복면가왕’이 자리 잡고 있는 주말 황금 시간대였음에도 불구, 시청률은 4.7%로 시작해 2%대까지 추락했다. 결과는 폐지였다.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승부, 결과는 ‘성공적’=채널A ‘개밥 주는 남자’는 최근 줄줄이 망한 ‘펫방’ 속에서 종편 예능으로 선방하고 있다. 작년 말 시작해 종영 없이 성황리에 방송 중이다. 최근 인기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고정출연이 결정되기도 했다.
‘개밥 주는 남자’는 독신 남과 반려견의 만남을 담아냈다. 반려견과 출연진의 24시간을 카메라에 담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1인 가구와 반려동물이라는 시의성 있는 콘셉트에 24시간 리얼리티를 담자 반려동물과 인간의 ‘케미’가 빛을 발했다. 이미 주인이 있는 반려 동물을 위탁하거나 억지로 붙여 놓았던 다른 ‘펫방’과는 달리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출연진을 섭외 했다. 실제 주인과 반려동물이 만나니 억지스럽지도 않고 인위적인 설정도 필요 없었다. 출연진의 집과 더불어 그들의 일상생활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털털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 였다.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최윤아 PD는 “펫방이라고 하지만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교감하며 일상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마리와 나’, ‘애니멀즈’도 같은 ‘교감’을 내세웠지만 결국 ‘개밥 주는 남자’가 주목한 건 사람과 일상이었다.
최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깜짝 편성된 이경규의 ‘펫방’도 큰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이경규는 두치와 뿌꾸, 남순 등 반려동물들을 분양하는 콘셉트로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은 전반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이경규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강아지들과 편하게 놀면서 방송을 했다. 1위를 했다는 말에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1위라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후반전에서는 분양을 원하는 일반인들의 사연을 듣고 그 여부를 결정하는 본격 분양 시간을 가졌다. 이 안에는 배우 성유리도 포함됐다. 이 방송은 웃음도 웃음이었지만 “1인 가구는 제외”하고 선별하면서 “버리지 말고 키워 달라”고 당부하는 등 유기견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펫방’이라는 장르가 아니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소재만 반려동물이 나오는 거지 전엔 아기들이 나왔듯 소재만 바뀐 거지 다 연결돼 있다. 결국엔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펫방’도 보면 보통 남성 출연자들이 나오는데 그건 주 시청자층을 여성으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 소비층의 핵심이 2-30대 여성이기 때문에 애완 동물과 남성 출연진이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펫방’이지만 희비가 갈린 데 관해서는 “반려동물이 흥행이 비교적 쉬운 소재라도 그냥 반려동물만 나온다고 능사는 아니고 스토리나 사연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