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20년…5년만에 정규 7집 지난 몇해, 무수한 참사·사건… 개개인 혼란 담은 ‘무거운 앨범’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악동일 듯
“피는 못 속인다”며 “여전히 악동”이라고 한다. “어쩌면 어른이 됐다고 착각하는”(기타 정민준) 걸 수도 있다고. 혈기왕성했던 시절 그들은 폭도(2000년 ‘청년폭도맹진가’)였다. 결성 20주년을 맞은 올해, 조금은 힘을 뺐다. 덜어내니 도리어 무게가 채워졌다. ‘중년’의 문턱에서 내놓은 노브레인(이성우, 정민준, 황현성, 정우용)의 새 앨범엔 ‘지금, 이 곳’을 살아가는 그들의 치열한 흔적이 남겨졌다.
무려 5년 만에 정규 7집 앨범을 발매한 펑크록 1세대 노브레인을 최근 서울 연희동에서 만났다.
“사실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는데…”(보컬 이성우) 팬들은 오래 기다렸다. 노브레인은 그들의 생활에 충실했다. 간간이 TV 출연을 했고, 록음악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부터 러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를 오가며 공연을 했다. 동양의 록밴드에겐 낯설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5년 사이 드럼을 치는 황현성에겐 가족이 생겼다. 아빠가 된 이후 그는 모든 삶의 순간들이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엔 미친 애였는데, 지금은 덜 미친 애가 됐어요. 크크.”(이성우) “세상을 보는 시각이 훨씬 긍정적으로 변했고, 좀 더 과감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생겼어요.”(황현성)
보컬 이성우는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았다. “제 인생에서 별로 챙길 게 없었는데, 멍멍이가 생긴 이후로 집에 일찍 들어가요. 사회적 활동이 줄었는데… 전 되게 만족해요.”(이성우) “그러면서 결혼과 멀어지는 거지”(황현성)
정우용은 “늙은 것 말고는 특별나게 변한 건 없다”면서도 “성격이 좀 더 적극적이 됐다”고 한다. 그 덕에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내 가죽잠바)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됐다. “키스신이 있어 한 거예요. 하하”(정우용)
정민준은 기타리스트로의 삶을 보다 확고히 다지는 시간이었다. “기타를 치면서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게 내 운명이라는 걸 느꼈어요. 기타치는 것에 있어 더 큰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 역할에 보다 확고한 자리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진해졌어요. 이렇게 살다 죽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정민준)
함께 또 따로 보낸 5년은 노브레인에겐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 시간 멤버들은 “약속한 적도 없는데” 누구도 선뜻 곡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두 곡 모여 내놓은 앨범은 하나의 메시지를 관통했다. 지금 노브레인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청춘을 바쳐’ 기다린 ‘봄날은’ 언제쯤 찾아올지 알 수 없고, ‘모진 시간은’ 그들을 ‘어른으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세상을 알 수가 없다. “세월호 직후 심리적 방황기를 겪었던” 황현성이 만든 인트로 ‘브레인리스(Brainless)’다. 애초 기타와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었으나, 앨범에선 이성우의 보컬만으로 채워졌다. 그걸로 곡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됐기 때문이다.
“중년으로 향해가며 개개인이 살아가는 데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느낀 것들을 적어갔죠. 멤버들이 하나씩 작업한 곡을가져왔는데 비슷한 느낌의 노래들이었어요.”(황현성)
지난 몇 해 사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참사,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를 살아내던 노브레인의 날들을 털어놓다 보니 “앨범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정우용)이 어우러졌다.
“어떻게 보면 슬픈 거예요. 술 취해 고함치는 사람을 보며 예전엔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젠 이 나라는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걸 알아간다는게 슬픈거죠.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담아낸 현실성 있는 앨범이에요.”(이성우) “어둠을 함께 해주는”(정민준), “술친구 같은”(이성우), “묵직하게 돌진하는 오토바이 같은” 앨범이다.
묵직한 메시지를 꾹꾹 채워담은 앨범의 타이틀은 첫 곡의 제목인 ‘브레인리스’가 압축됐다. “우린 늙었어.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래서 우리는 뇌가 없어. 이런 느낌인거죠.”(황현성)
한 때는 놀아도 봤고, 즐거워도 봤고, 힘을 가진 척도 해봤다. 돈이 없던 때도 있지만, 돈도 벌어본 열혈 청년들이었다. 이번엔 “아무도 놀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황현성)고 한다. 누구도 “희망을 말하는 곡을 쓰지 않았다”. “흥미로웠어요. 어쩌면 이게 진실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황현성)
거르지 않고 쏟아낸 이야기들은 절반이 방송 심의 불가 판정(‘킬 유어셀프’(Kill Yourself), ‘애니웨이’(Anyway),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 (2016 Ver.)’, ‘무슨 벼슬이냐’ )을 받았다. 반사회적 가사가 주를 이루고, 욕설과 저속한 표현이 난무한다는 이유다.
“아 근데…호의적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몇몇 노래들은 떨어질 만한 소지가 있었고, 타이틀곡(내 가죽잠바)도 간당간당했는데, 의외로 선방했어요. 괜찮아요!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이성우)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는 멤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곡이다. ‘풍요로운 자본주의 시대’, 하지만 ‘자살률 1위’의 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중년의 밴드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저희 노래인데도 이가 갈리는 부분이 있어요. 요즘 청춘이 생각하는 박탈감, 좌절감, 또 다른 다양한 에너지가 녹아있는 곡이라 가장 애착이 가요.”(이성우) “격한 표현이지만 맞는 말이라 듣게 되는 그런 거. 살벌한 가사죠. 현실의 혼란스러운 부분을 나열한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걸 구체화한거죠.”(정민준) 가사뿐 아니라 힙합과 록의 조화로움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표본이 되길 바라는” 음악적 욕심도 담겼다. 래퍼 제이통의 랩이 빛난다고 멤버들은 입을 모은다. 랩에 맞춰 편곡도 다시 했다.
‘홍대’의 터줏대감으로 어느덧 결성 20주년을 맞았다. 알록달록 물들였던 이성우의 머리 탓에 ‘홍대 불대갈’로 불렸다. 노브레인이 연 ‘밴드의 시대’ 이후 홍대엔 ‘노브레인 키즈’들도 등장했다.
“나이는 먹었는데 철이 덜 들어 혼란스러운 그런 상태.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지금이랑 똑같이 이러고 있을 거예요. 영원히 X랄할 것 같아요.” (이성우) 지금의 그들을 담아낸 정규 7집은 그래서 ’노브레인‘표 “중년 펑크”다.
“아저씨 같은 노래들도 있죠. 40대가 된 팬들이 그러더라고요. 아직도 공감이 가서 신기하다고. 같이 나이를 먹으니까. 묘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황현성)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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