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STX조선이 이달 말 결국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된다.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의 재실사 결과 STX조선의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에 도래하는 결제 자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보고 부도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STX조선은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38개월 만에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접고 법정관리의 길을 밟게 됐다.
25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채권단은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STX조선에 대한 법정관리 전환은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것보다 크게 앞당겨진 조치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12월 STX조선에 약 45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대신 사업구조를 대폭 축소하는 안을 채권단회의에 올렸고 이를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에 다시 한번 STX조선 상황을 점검하고 생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4500억원을 집어넣으며 자율협약 유지를 결정한지 불과 6개월만에, 아직 하반기로 접어들지도 않은 시점에 채권단의 판단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채권단의 판단이 불과 반년 만에 뒤집힌 데는 국내 조선사들의 잘못된 자금 집행 과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선주는 선박을 주문할 때 조선사에 선수금을 지급한다. 일종의 계약금이나 착수금 형태다. 이 선수금은 상식적으로 해당 선박의 건조 자금으로 집행돼야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기존에 이미 수주된 선박의 건조 자금으로 사용하곤 한다.
조선업 경기가 급랭하면서 도입된 헤비테일 방식의 결제 방식 탓에 국내 조선사들은 일감을 따올 때마다 수령하는 선수금으로 기존 수주 선박의 건조 자금으로 써왔다.
헤비테일이란 해외선주들의 자금사정도 넉넉지 않을 때 조선소에 선수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배가 완성되면 한꺼번에 건조 대금을 결제해주는 방식이다.
주로 불황에 많이 사용되는 헤비 테일 방식의 특징은 여러 번 누적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선소 입장에서 배가 완성되기까지 2~3년 동안은 자비를 들이거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손해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마치 돌려막기 처럼 갖다 쓴 선수금이 올해 초유의 수주절벽 상황을 맞으면서 유입 자금이 전무해지며 이달 말 부도상황을 피하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이후 STX조선은 수주가 제로 상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는 선수금이 들어오면 주문 받은 배의 건조자금으로 써야 하는데, 정작 다른 배를 만드는 데 돈을 써왔다”라며 “마치 가불인생과 같은 상황에서 수주절벽으로 선수금 유입이 없어지자 결국 운영자금이 고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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