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변 늘면서 정운호 의혹’ 본질인 ‘기수ㆍ동문 악습’ 희석될지 주목
-‘스카이 로스쿨’ 변호사들, 동문회 네트워크활동 약해져 그런 기미 있어
-다만 스카이대학 ‘쏠림 현상’ 여전…“로스쿨 지향하는 가치관 확립 필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여년 동안 국내 법조계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법조 인력을 늘려 국민들에게 보다 폭넓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법연수원 기수 중심의 폐쇄적 문화와 사시낭인 등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당초 도입 취지와 관련,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났다. 반면 최상위 대학 출신들의 쏠림 현상이 여전하고 최근에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부정입학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스쿨 변호사 5000명 시대’를 앞두고 크게 변한 것은 ‘동문 의식’ 약화다. ‘정운호 의혹 수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변호사들이 동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분석이 있는 것과 관련해, 향후 법조계를 크게 변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19일 김영규 고려대학교 경영대 조교수(경영학 박사) 연구팀이 전국 25개 로스쿨 출신 변호사 29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로스쿨 출신들의 대ㆍ내외적 네트워크 활동은 타 학교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연구팀은 보나시치 영향력(Bonacich Power) 지수를 활용해 25개 로스쿨 가운데 스카이 3곳을 최상위 지위로 분류하고 이외에도 상위 4개, 중위 10개, 하위 8개 학교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한 달에 평균적으로 내부 로펌 또는 회사 인사들과 네트워크 활동을 몇회 가졌나’라는 질문에 최상위 학교 출신 변호사들은 평균 2.94회라고 답한 반면 상위 학교는 5.03회로 1위를 차지했다. 중위는 2.89회, 하위는 3.63회로 나타났다. 외부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활동에서도 최상위 학교 출신들이 0.79회로 가장 적었지만 하위는 2.07회로 2배 넘는 차이가 났다.
로스쿨 재학 당시 활동에 대한 질문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법조동문회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최상위 학교 출신들이 39%로 가장 높았지만 적극적인 참여도 면에서는 오히려 다른 비교군보다 떨어졌다. ‘재학 시절 교우관계가 협력적이었다’는 설문에 최상위 지위 학교 출신들의 평균 점수는 4.5점(7점 만점)으로 최하위에 그쳤고, 스포츠ㆍ봉사ㆍ정당 활동 등 다른 분야 모임에서도 가장 참여도가 낮았다.
연구팀은 “동문이라는 이유로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선배가 후배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워졌고, 제공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 출신 졸업생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모임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수원 기수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리그’ 문화도 희석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안모(33) 씨는 “로스쿨 입학년도로 기수가 부여되기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며 “서로가 선후배라는 의식도 강하지 않고 기수보다는 나이나 사회생활 경험 등을 더 중요하게 따져 본다”고 했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상위권 대학 출신들의 쏠림 현상은 이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현재 10대 대형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280명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스카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196명(70%)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학부로만 놓고 보면 스카이 출신 비율은 219명(78.2%)으로 올라갔다. 대형로펌에 입사하는 변호사 10명 중 8명을 스카이 출신이 독식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최소한 대형로펌에서는 조직지위가 높은 학교 출신들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로스쿨이 특정대학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위가 높은 로스쿨에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전체적인 후생을 높일지, 아니면 지위가 낮은 로스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활발한 경쟁을 유도할 지 여부는 (로스쿨 운영자들이 가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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