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강남역 살인’ 원인은 -“피해망상이 범죄로 이어진 경우” 의견속 -“더 정확히 조사해봐야” 공통적 견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서울 강남역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숨어 불특정 여성들을 노린 끝에 20대 여성을 죽인 피의자 김모(34)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을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는 편견이 오히려 이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 “김 씨는 평소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 망상을 갖고 있다”는 프로파일러의 소견을 발표했다.

김 씨의 여성 혐오가 정신적 질환을 매개로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충동에 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해망상이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조현병은 계속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치라고 환청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이나 강도, 성범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피의자 중 정신이상, 정신박약 등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2012년 전체 살인 피의자 중 6.05%였던 정신질환자 비율은 7.62%로 증가했다. 강간과 강제 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비율도 1.65%에서 2.09%로 증가세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이상 범죄 46건 중 가해자에게 정신병력이 있었던 사건은 54.3%인 25건이라고 밝혔다. 이상범죄는 분노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발생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를 말한다. 이같은 이상 범죄는 상당수 여성 등 약자를 상대로 자행된다. 46건 중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은 63%였다. 묻지마 범죄 21건 중 13건, 분노ㆍ충동 조절 실패 13건중 7건의 피해자가 여성이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을 만큼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교수는 ”사회와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다보니 알코올 등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사회성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정신질환을 무조건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오해하거나 ‘미친 사람‘으로 낙인찍어 차별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앞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87만명중 15.3%만이 치료를 받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정신질환자의 35.2%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정신과 방문을 주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들은 치료를 받는 대신 차별과 배제에 시달린다. 응답자의 35.4%가 사회적 편견을 느끼거나 보험 가입을 제한받고 구직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구직이 어렵다 보니 치료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로부터 받은 차별에 분노를 느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김씨는 2008년 조현병 확정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면서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의 숫자가 는 것은 전체 정신질환자가 늘어난 결과이므로 정신질환자를 예비적 범죄자로 단정하고 격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정책의 최종 목표가 격리가 되서는 안된다”면서 “근본적인 지향점은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빨리 사회에 복귀, 적응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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