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8년간 대학 연구소장으로 일하며 3억5000여만원 교비를 빼돌린 고려대 교수에게 법원이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권혁중)는 전직 고려대 교수 A 씨가 “해임 처분이 무효”라며 학교 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소 계좌로 총 2억3000여만원의 외부지원금을 몰래 받아 챙겼다.
고려대는 2008년 이후 연구소 명의 계좌를 모두 없애고 자금을 학교 재무부로 넘기도록 했다. 그러나 A 씨는 과거 이용하던 계좌를 그대로 둔 채, 비밀리에 해당 계좌로 외부지원금을 받았다. A 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3개의 개인명의 계좌에 돈을 분산예치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 A 씨는 센터의 공금 4100여만원도 개인 계좌로 옮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HK(Humanities Korea) 사업비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원과 학생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 보낸 뒤 다시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A 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총 3700만원을 빼돌렸다.
같은 방식으로 출판사에 돈을 집행하고 돌려받아 2300여만원을, 출장비를 집행한 뒤 돌려받아 1300여만원을 챙겼다.
A 씨가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출판사에 특혜를 준 정황도 드러났다. A 씨는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동생의 출판사와 계약했다. 명절마다 격려금 명목으로 해당 출판사에 60만원씩 지급했다. 그러나 동생의 출판사는 계약서에 사인만 한 채 아무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는 2013년 징계위원회를 열어 A 씨를 해임하기로 결정했고,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 씨는 “각 연구소에서는 관행적으로 연구소 계좌를 사용하고 있고, 개인 계좌로 이체한 돈은 모두 연구센터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 이용됐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교 명의 외 계좌로 자금을 운영하는 다른 교수들이 있더라도 A 씨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자금이 센터의 운영경비로 이용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센터 운영을 위해서만 자금을 사용했다면 굳이 개인 명의 계좌로 분산예치할 이유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라는 신분, 비위행위가 지속된 기간과 자금 규모 등을 종합했다”며 “해임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정당한 징계사유가 존재해 해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