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에 부당대우ㆍ차별 심해져…“하소연 할 곳도 없어”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한 두 기간제 교사, 여전히 ‘순직 인정’ 안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 경기도의 A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 B(29) 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사들 사이에 친목을 다지고 경조사 등을 챙기기 위해 만들어진 ‘교내 친목회’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담당자로부터 이런저런 사정을 이유로 거절을 당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친목회는 기간제 교사와 계약직 직원을 제외하고 정교사만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B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항의하지는 못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지 않다. 똑같은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상은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현실 때문이다.

기존 기간제 교사 자리에 대한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한번 학교를 나가면 언제 다시 일하게 될지 불투명하다. 여기에 임용고시 통과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최악의 취업난까지 지속되는 부분도 이들을 짓누른다. 때문에 적지 않은 기간제 교사들은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도 눈물을 참아가며 감수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기존 정교사 가운데 휴직ㆍ파견ㆍ연수ㆍ정직ㆍ직위해제 등으로 결원이 생겼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임시적인 기한을 두고 임용되는 이들을 말한다.

기간제 교사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정교사 전환이나 계약 연장 등을 빌미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정규직 교사가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담임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간제 담임 교사의 비율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학교 내 차별이 여전히 계속되면서 학생들도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고, 심할 경우 폭력ㆍ폭언에 시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처우 격차도 여전히 크다. 서울 시내 사립고교 기간제 교사인 C 씨는 “1년짜리 육아휴직으로 생긴 자리는 그나마 방학 때도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1년 미만 계약의 경우 방학기간 급여는 기존 정교사에게 돌아간다”며 “정규직 여교사로 근무 중인 대학 동기들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볼 때면 박탈감은 더 커진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정부의 무관심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세상을 떠난 고 김초원(당시 26세)ㆍ이지혜(당시 31세) 교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이 현행법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이들의 유족은 작년 6월 순직신청서(순직유족급여청구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심사대상에조차 올리지 않고 반려했다.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근로자’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유족급여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선생님의 유족들은 인사혁신처에 “보상 없이 순직 인정만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법부와 국회입법조사처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들이 낸 성과급 지급 소송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1ㆍ2심 재판부가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결 전까지 여전히 정규 교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대법원이 기간제 교사를 정규 교원으로 인정하더라도 두 선생님의 순직 인정에 대한 후속조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D 교사는 “기간제 교사들도 자격증은 이미 다 갖추고 있는데 이 나라가 교사를 채용할 때 임용고시라는 선발 기준으로 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시 만들어놨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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