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닛산차가 미쓰비시차를 인수하면 경쟁업체인 현대차는 좌불안석일까?’
연비조작 파문에 휩싸인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인수되면서 나타날 현대차의 ‘위상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각 업체의 주요 시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받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르노ㆍ닛산그룹의 확장 행보가 현대차그룹(5위)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 12일 제3자 할당 증자 방식으로 약 2373억엔(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쓰비시차의 지분 34%를 취득하는 계획을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닛산은 20%의 지분을 보유 중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미쓰비시차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양사가 이 같은 방안에 상호 합의한 것은 미쓰비시차가 최근 연비조작 파문으로 존폐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매출감소와 보상비 부담에 시달리게 된 미쓰비시차는 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갖춘 닛산차에 기대 생존을 모색하게 됐다.
이미 지난 2011년부터 두 회사는 NMKV(Nissan-Mitsubishi K-car Venture)라는 합자법인(JV)을 세워 신차를 공동으로 개발ㆍ판매해왔다. 미쓰비시차는 경형 SUV를 닛산차 제공하고, 닛산차는 소형 상용차와 후륜구동 세단을 미쓰비시차에 제공하며 협업관계를 지속했다.
닛산차가 미쓰비시차를 온전히 품에 안을 경우,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미쓰비시차는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으며, 아시아와 기타지역에서 57.7%의 높은 판매 비중을 갖고 있다.
닛산차는 인수와 동시에 동남아 지역의 공급 능력을 확충하게 되는 셈이다. 또 닛산회생계획(NRP) 이후 낮아진 일본 생산비중과 시장점유율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신흥시장인 아시아 및 기타지역에서의 점유율 상승도 노릴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110만대 생산능력(Capa)을 가진 미쓰비시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르노ㆍ닛산ㆍ아브토바즈 얼라이언스는 생산규모를 980만대까지 확장, ‘글로벌 4위’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순위 5위로 르노ㆍ닛산그룹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는 어떨까.
업계 전문가들은 닛산차의 미쓰비시차 인수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쓰비시차의 주요 시장이 일본 내수 경차시장과 동남아시장이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엔화 약세로 일본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음에도 미쓰비시의 미국 시장점유율(MS)이 1% 미만으로 미미하다는 점도 근거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도 업계 내에서는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미쓰비시차는 오랜 제휴관계와 기술적 유사성 등으로 현대차의 잠재적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 거론돼왔다는 점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통적 시장 불모지인 동남아, 일본 등의 ‘침투 전략’의 하나로 현대ㆍ미쓰비시의 합병 가능성이 회자된 바 있었다”며 “닛산의 이번 인수계획으로 이 가능성은 무산됐을 뿐더러 ‘아이미브(i-MiEV)’로 대표되는 전기자동차(EV), 사륜구동(4WD) 기술 습득기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동시에 도요타, 폭스바겐(VW), 제너럴모터스(GM) 등 ‘빅3’를 제외하고 글로벌 생산능력 경쟁에서 르노ㆍ닛산그룹이 선두로 나서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추격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또 미쓰비시 파산으로 인한 현대차의 추가 시장점유율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점도 한 가지 아쉬움으로 꼽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 건이 현대차 주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쟁관계에 있는 르노ㆍ닛산그룹의 행보가 현대차그룹에는 심적인 부담이 되는 한편 기회요인 상실에 따른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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