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네 불행이 내겐 행복이 되나니…’
최근 옥시 사태를 비롯해 몽고식품 갑질 논란, 폭스바겐 리콜 사태,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웃는 기업은 따로 있었다.
한 기업에 악재가 드리워졌을 때 소비자와 투자자의 관심이 경쟁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생기는 ‘반사이익’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 증가는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주가 상승을 맛보며 ‘호재’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11일 종가 기준) 20.85% 상승했다. 지난 9일에는 장중 107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이 같은 강세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더해 최근 발생한 옥시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기업으로 지목되고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슷한 욕실ㆍ주방용품, 세탁표백제 상품군을 보유한 LG생건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매출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18일~이달 1일 옥시 제품의 매출은 직전 2주(지난달 4일~17일)보다 25% 줄었다. 옥시의 ‘파워크린’(49%)과 ‘옥시크린’(25%)의 매출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경쟁제품인 LG생건의 ‘테크’와 ‘슈퍼타이’는 각각 10%, 41% 늘었다.
방향제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기간 옥시 ‘에어윅’의 매출은 53% 감소했지만 LG생건의 ‘해피브리즈’ 매출은 25% 늘었다.
식품첨가물ㆍ원료의약품 제조업체 보락도 덩달아 호사를 누리게 됐다. LG생건을 주요 매출처로 뒀다는 이유로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62.83% 급등한 것이다. 청소용품 ‘옥씨싹싹’의 대체품인 ‘유한락스’를 판매하는 유한양행도 이 기간 3.77% 올랐다.
업계에서는 옥시 계열사인 콘돔제조업체 듀렉스코리아가 불매운동의 영향권에 들자 국내 콘돔제조업체 유니더스의 상승세를 누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개비스콘’을 대신할 ‘겔포스엠’을 생산하는 보령제약도 수혜 종목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현재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매대에서 옥시 제품을 빼내고 대체품을 채우고 있어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일부 회사의 악재로 반사이익을 보는 종목이 들썩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초 간장업계 3위인 몽고식품이 운전기사 폭행 등 ‘회장님 갑질’ 논란에 휘말리자 샘표식품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도 같은 예다. 지난해 12월23일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샘표식품의 주가는 열흘 만에 24% 가까이 치솟았다.
당시 샘표식품은 당해 여름과 비교해 주가가 반 토막(3만8800원) 난 상태였다. 경쟁사가 뜻 밖의 원군을 보내준 셈이다.
지난해 9월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의 대규모 리콜 사태 때는 현대차ㆍ기아차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판매중단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의 디젤차 비중이 높은 유럽, 한국 등에서 이들 기업의 판매량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주가는 지난해 9월에만 각각 11.95%, 11.55% 올랐다.
같은 해 8월 초에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백화점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주가는 부진한 반면, 경쟁회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주가는 8월3일~5일 3거래일간 각각 19.23%, 8.13% 올랐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경쟁자들의 도전에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위기에 봉착한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 이상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실적 개선이나 또 다른 호재가 발생할 경우 상황은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는 말썽을 부린 기업에 대해 투자자가 응징하는 방법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언제든지 대체재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게도 간접적인 일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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