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하고도 학원에서 보충 수업 -캠퍼스에 들어가고도 고등학생의 삶 -대학들, 신입생 위한 특별강좌 마련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모(25) 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대학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두달에 60만원이나 하는 돈이 부담스러웠지만, 이 씨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미적분이나 선형대수학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웠는데 대학교 시험을 따라가려면 60만원이라도 내야 한다”며 “당장 돈보다 이번 학기 학점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2.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오모(21ㆍ여) 씨 역시 전공 때문에 일본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수능 시험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했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와 보니 일본어에 능숙한 학생들이 많아 학점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도 어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며 “대학 시험기간에는 학원에서 진도를 맞춰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사교육을 놓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전에는 토익 등 공인 영어성적이나 자격증을 위한 사교육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전공 시험 등 대학 학점을 위한 사교육도 만연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대학들이 학점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상황은 가열되고 있다. 재수강 등 학점 인플레 지적을 우려한 대학들이 재수강을 허락하지 않는 등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학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오 씨 역시 강화된 재수강 규정 때문에 일찍부터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번 학점이 안 좋으면 회복할 수 없어 학원에 다녀서라도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도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사교육 부담에 시달리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과학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진모(23ㆍ여) 씨는 “대학교 공부도 결국 고등학교 내신과 다르지 않았다”며 “학원비도 부담이지만, 고3으로 끝난 줄 알았던 중간고사 대비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아직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했다.
학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 역시 커졌다. 이공계 전공과목을 인터넷으로 가르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강좌를 제공했는데, 이제는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대학 시험기간에는 대학생들의 관련 문의가 2~3배 더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등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입시경쟁 일변도 교육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입시 평가만을 위한 사교육을 받다보니 대학에 와서도 익숙한 사교육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보내는 관행을 바꾸고 학과 진로와 적성에 맞는 정보와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며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해 부적응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입생 대상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해 특별 강좌를 만들기도 한다. 성균관대학교는 수학교육학습센터를 만들어 입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매학기 수학 강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인문계 학생들을 위해 학습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한 센터 관계자는 “학교에서 수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특별 강좌를 통해 학습한 신입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