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책임·의무 등 실익보다 부담 더 커 당국, 보고서 간소화 등 부담 덜기 주력 최근 자발적으로 상장폐지에 나서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상장사’라는 이름을 달면서 얻는 이익보다, 그에 따른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게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는 이유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상장한 경남에너지는 오는 18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19일 상장폐지된다.

코스피 상장사로는 작년 1월 SBI모기지의 이후 1년4개월여만에 자진 상장폐지가 이뤄지는 것이다. 경남에너지는 최대주주인 경남테크의 요청으로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결정했다. 이후 공개매수 등을 거쳐 요건을 충족했고 거래소의 승인을 얻었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상장폐지 추진 이유에 대해 “현재는 상장을 유지하는 데 따른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다수의 도시가스 회사가 상장에 나설만큼 상장사가 얻는 혜택은 남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은 줄어든 반면 상장사로서의 공시 의무 등 부담은 커져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기업인 아트라스BX도 현재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아트라스BX는 애초 지난 3월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보유지분(31.13%)까지 합쳐 지분을 87.68%까지만 늘리는 데 그쳐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대주주 측(회사ㆍ특수관계인 포함)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아트라스BX는 이달 4일부터 다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낙관적으로 보고있다. 이달 10일 현재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주가는 2만3150원으로 2차 공개매수 직전인 이달 3일(2만1950원) 이후 3거래일 연속 뛰어 5.5% 상승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아트라스BX의 상장폐지 후 배당 증대, 합병 등 여러 옵션을 갖게 된다”며 “상장폐지 시도 자체도 주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도레이케미칼과 동일제지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들이 밝힌 상장폐지 목적은 비상장 상태에서 경영활동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다수의 상장사들은 공시 의무 등에 따른 부담을 꾸준히 고충 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업공시종합시스템(K-CLIC) 구축, 분기ㆍ반기 보고서 작성 간소화 등 상장사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사에 부여되는 엄격한 공시 책임이나 준법지원인 설치 등의 의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의 의무가 부담된다고 해서 상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짧은 생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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