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분당판교]회사 중역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어느 날, 수사기관에서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또는 전화 한통이 불쑥 걸려온다. 조사할 게 있으니 언제까지 찾아오라는 내용이다. 갑작스런 출두 명령에 온갖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온다. 더 나쁜 경우는 사무실이나 주거지를 압수수색 당하는 것이다. 최악은 당신의 인신까지 구속을 당하는 것이다. 평온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버린다.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대응할 때는 첫째, 경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게 좋다. 자신의 혐의가 무엇인지, 어떤 분야, 어떤 경력의 변호인이 필요한지 아직 불명확해도 그렇다. (물론 변호사에게 경찰 동행만 부분적으로 위임해도 된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신문 조서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나 피고인의 법정 진술에 비해서 증거능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법적인 측면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최초의 진술'이 이루어지는 곳이 경찰이라는 점이다. 이 최초의 진술은 당신에 대한 검사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당신의 후속 진술에 대한 판사의 진실성 판단에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경찰에서 한번 잘 못된 길로 들어서면 이후의 검찰조사와 재판단계에서는 돌이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한 법이다.둘째, 무턱대고 ‘전관 변호사’를 구하거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관만 쫓다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고교나 대학 동창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한 사이도 아니다. 가까울수록 앙숙관계가 형성되는 일도 종종 나타난다. 화려한 프로필의 변호사 여럿을 동시에 선임하는 데도 위험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법조인은 팀워크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자기 주장도 강한 편이다. 더욱이 경력이 화려할수록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고 시간도 부족하다. 의뢰인을 위해 일정을 맞추고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공만 많고 배는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심지어 해당 사건에 모두 무관심하게 돼버릴 수도 있다. 셋째, 당신이 연루된 형사사건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기업 형사사건 뒤에는 민사 손해배상이나 상사 분쟁이 복잡하게 얽혀서 잇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한 냉정한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기업관련 법적 분쟁은 일단 발생하면 개인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영진 일부가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게 될 때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업인은 처음부터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모든 법적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이동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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