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기술 배우는 20대들 많아 -”힘든 젊은층의 슬픈 자화상“ 시각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의 한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임모(20) 씨는 이민을 준비 중이다. 그는 수능 성적도 좋아 4년제 대학교를 가는 것이 어떻냐는 주위의 충고에도 1년 과정의 요리학원을 선택했다. 해외 이민 심사 과정에서는 대학교 졸업장보다 자격증을 더 높게 쳐준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하루라도 빨리 자격증과 경력을 쌓아 호주로 이민을 가고싶어 한다. 이미 공인 외국어 성적을 마련했고, 아르바이트로 이민 비용도 어느정도 모았다. 그는 “이민을 가는 데 있어 대학교 졸업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차라리 이민 준비를 할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학원이 훨씬 편하다”고 했다.
#2. 인천에 위치한 한국폴리텍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1) 씨는 요즘 특수용접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을 새고 있다. 특수용접 자격증이 있으면 해외 기술이민이 쉽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선배 중 한 명이 해외 기술이민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김 씨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아직 외국어 성적이 없어 영어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사설 학원에서 기술이민 관련 상담도 받았다. 김 씨는 “대학교는 이민을 가고 나서도 다닐 수 있다”며 “똑같은 일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자격증부터 따려고 한다”고 했다.
20대 사이에서 이민 열풍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학교 대신 자격증부터 따서 빨리 이민을 가길 원하는 20대도 늘고 있다. 대학 공부보다 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시 상담 대신 이민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층이 이민은 가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학교 4년 동안 높은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을 받아봤자 불안정한 취업시장과 낮은 임금 등 한국 사회가 젊은층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설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잦은 야근과 경쟁 등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에 능한 요즘 20대에게는 언어 장벽도 그다기 높지 않기 때문에 이민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다.
특히 기술이민이 일반 이민에 비해 영주권을 얻기 쉽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대학 대신 기술 자격증부터 취득해 빨리 이민을 가는 것이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기술이민 신청 1년 만에 영주권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에 위치한 한 이민 상담센터 관계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 찾아와 기술이민에 대해 물어보고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느냐고 물은 적도 가끔 있다”며 “기술이민의 경우 학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자격증부터 취득하면 빨리 이민을 갈 수 있어 관련 상담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위 말만 듣고 무작정 기술이민을 준비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젊은층이 유독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많다.
이흥복 한국폴리텍대학 산업설비학과 교수는 “기술이민 브로커 등에 속아서 큰 피해를 본 학생들도 많아 요즘에는 조심하란 말부터 한다”며 “자격증만 있다고 이민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