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정부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온라인복권(로또)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로 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빚을 내서 로또를 사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12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복권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로또 판매점 우선 계약대상자에 보훈보상대상자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편리하게 온라인복권을 구매할 수 있어 반가운 소식처럼 들리지만, 일부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분별한 복권 구입을 막아야 할 정부가 되려 사행성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용카드 결제가 사실상 카드사로부터 돈을 빌려 쓰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빚 내서 복권을 사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매주 복권을 5000원 가량 구매하는 직장인 장모(40)씨는 “로또를 자주 사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부가 대놓고 빚을 내서 복권을 사라고 부추기는 꼴”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모(31)씨는 “복권을 구매하려다가도 수중에 현금이 없어 사지 못한 일이 종종 있었다”면서 “온라인복권으로 제한하더라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 무리하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배모(32)씨는 “온라인복권 판매자를 확대할 때 심사ㆍ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며 “누군가가 복권 판매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찜찜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에서도 온라인복권의 신용카드 결제 추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결제시점만 놓고 보면 제값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복권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가 된다”라면서 “당장 카드값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당첨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카드를 긁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악의 경우 카드로 구매한 온라인복권이 당첨되지 않았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악성민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손사레를 쳤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온라인복권 카드 결제 규정을 세밀하게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로또복권은 복권 판매점에서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하다. 구매 한도는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한편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복권이 ‘사행성 사업’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성인남녀 1000명 중 82명에 불과했다. ‘복권이 있어 좋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1000명 중 629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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